‘물 박사’ 최종수 “알水록 신비한 물, 역사 바꿔놓기도 하죠”
최종수|328쪽|웨일북
30년간 도시 공간 ‘水’ 연구한 물 박사
막연한 명제, 쉽고 재밌게 전달
일반인 공감하는 물 연구 늘었으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도시 관련 물(水) 연구를 업(業)으로 삼았던 청년은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물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물을 아껴써야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 재해에 대비해야 해요”. 청년은 직접적으로 반복해 이야기하면 물에 대한 인식이 바뀔 줄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언제 그랬냐는 듯 ‘되돌이표’였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물이 소중하다는 막연한 명제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최종수(56) 박사가 쓴 책 ‘물은 비밀을 알고 있다’(웨일북)는 그 고심의 결과물이다. 책은 지구 환경과 기후 변화 등 과학적 범위는 물론, 문화·역사·일상을 아우르며 물 관련 이야기를 고루 전한다. 일종의 수(水)문학이자, 물의 인문학적 접근이다.
스스로를 “하수였다”고 자평한 그는 “군인이 군대를 홍보하면서 ‘복지가 좋다’며 약을 팔아왔던 꼴”이라면서 “물을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봉이 김선달 얘기도 꺼내 오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술도 이야기하고, 유럽 축구를 소재로도 삼았다”고 설명했다.
“꼼수라면 꼼수죠. (웃음) 도시 관련 상수도, 하수도 등의 연구를 해오다 보니, 물의 필요성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많았어요. 물이 우리 일상에 절대적인 존재라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물 쓰듯 한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여전히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거든요.”
그는 공공기관 연구소에서 30여 년간 물을 연구해왔다. 이제는 ‘물박사’로 통한다. 강원대학교 환경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5년 LH공사 입사 이래 줄곧 도시에서의 물관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연구뿐만 아니라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위원, 환경부와 국토부 자문위원 등의 활동을 통해 물과 관련된 정책수립에도 많은 조언을 해오고 있다.
최 박사는 “지금 하는 일들은 대한민국의 물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라면서 “연구자로서 보고서만 쓰는 게 아니라 연구 결과를 어떻게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지 연구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그는 “예전에 수량과 수질을 각각 국토부와 환경부에서 관리해왔는데 효율적으로 관리가 안 됐다. 2018년 법을 만들면서 물관리를 환경부로 통일·일원화했는데, 그 정책에 관여했다. 환경 분야의 변곡점이 된 시기”라고 말했다.
요즘 그가 천착하고 있는 연구는 ‘빗물’이다. 최 박사는 “도시 공간에 대한 빗물 연구라고 보면 쉽다”며 “기후변화로 폭우가 잦아지고 있는데 도시는 아스팔트와 건물, 포장 보도로 이뤄져 있다. 비를 머금거나 스며들게 하는 공간이 도시에 없어 침수가 잦아지고, 폭염으로 바짝 마른다. 빗물을 이용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현답이 돌아왔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덮으면 독자들이 ‘물이 소중한 거구나’ 하고 공감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거 하나로 만족합니다. 하하.”
물 분야 관련 연구자들을 향해선 당부도 남겼다. “저도 수십 년간 물에 관한 연구를 해왔지만, 일반인에게 들려주고 공감할만한 연구는 못했던 것 같아요. 국제적 학술 논문도 필요하지만 수돗물은 먹어도 되는지, 하천물을 깨끗하게 할 순 없는지,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연구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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