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드·캐피탈사, 상환 능력 떨어지는 중소기업 대출 거절한다
여전사, 차주 상환 능력에 중점…대출 이후에도 상시 모니터링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오는 4월부터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기업 대출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진다. 여전사의 신용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출 심사는 물론 사후관리에 대한 모범규준을 새로 정하면서다. 담보물보다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 심사가 이뤄지면서, 비교적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등의 대출 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5일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기업 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모범규준' 제정 공고를 내고, 오는 25일까지 규제수요자와 금융소비자 등의 의견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감독 당국의 주문으로 여신협회가 업계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모범 규준을 마련한 만큼, 별다른 이견 없이 의결될 전망이다. 해당 모범 규준은 오는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모범규준은 협회의 자율규제인 만큼 강제성은 없지만, 여전사의 기업 여신 과정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모범규준에는 크게 여신정책과 여신 신청·접수, 여신심사, 여신실행, 여신 사후관리 등에 대한 각 조항이 담겼다.
먼저 여신심사의 경우 여전사는 매년 영업조직과 리스크관리조직 등의 협의를 통해 여신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의사결정기구에 보고해야 한다. 여신한도 설정에서도 특정 산업과 기업 등에 여신이 편중되지 않아야 한다.
여신심사와 승인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여신 실행 이전 단계에서 신용 리스크를 적절히 평가·관리할 수 있도록 건전한 여신심사와 승인업무에 대한 내부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했다. 여신 심사역 등 여신 의사결정 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보장해야 한다.
차주의 신용평가 업무체계도 갖춰야 한다. 차주의 업종과 재무위험, 비재무 위험 등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차주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신규차주는 현장 조사를 해야 하고, 여신 규모나 상품 특성 등을 감안해 실시하지 않을 경우 그 근거를 기록하고 유지해야 한다.
특히 여전사는 대출 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재무위험 등 위험 요인과 추정 현금흐름을 통한 미래상환능력, 담보 등을 통한 채권 보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상환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대출 사후 관리에 대한 모범 규준도 마련됐다. 여전사는 대출 사후 관리업무에 대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여신 실행 이후 차주의 영업 상황이나 신용 상태, 채무상환 능력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여신감리제도도 운영해야 하는데, 여신감리조직은 최소 1년에 1회 이상 주요 여신 등에 대한 여신감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 뒤 결과를 의사결정기구에 보고해야 한다.
여신협회가 이런 모범규준을 신설한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여전사의 기업 대출이 꾸준히 늘어난 탓에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여전사(신용카드사 제외) 기업 대출 잔액은 83조4000억원으로, 직전 해 말(72조3000억원) 대비 15.4% 증가했다. 지난 2020년말(57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2년 반 동안 26조원 늘어났다.
특히 여전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이 증가하면서 부실 우려는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여전사의 대표적인 '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전사의 기업 대출이 늘면서 리스크가 증가한 데 따른 관리 차원의 대책인데, 대출 심사나 사후 관리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차주 입장에선 대출의 문턱이 높아진 셈"이라며 "여전사의 건전성 제고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조치"라고 말했다.
감독 당국은 여전사의 충분한 위기 대응 능력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여전사 CEO들과 만나 "올해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PF대출 잠재 리스크 우려 등으로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신용 리스크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위기대응 능력을 확보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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