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없다' 대형변수 등장에 K-배터리 성장 전략은···

김성은 기자 2023. 1. 18.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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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어 올해도 배터리 업계가 그 어느 업종보다 빠른 변화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경기침체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완성차 업체간 전동화 경쟁 심화, 각국 정책 등 환경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기회를 찾아나간다는 전략이다.

12년간 30조 돈살포···중국 전기차 보조금 사라진다
배터리 업계가 꼽는 올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중국에서 12년간 이어졌던 전기차 보조금의 완전 폐지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최근 비약적 성장세는 전체 전기차 시장의 5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자국 전기차 업체를 등에 업은 영향이 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에서 CATL(37.1%)과 BYD(13.6%) 등 두 개 중국 기업 점유율만 50%를 넘었다. 이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12.3%), SK온(5.9%), 삼성SDI(5.0%) 국내 3사 점유율 함계는 23.1%로 전년 같은 기간 합계치(30.6%) 대비 낮아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12년간 중국 전기차 업체가 받은 보조금은 총 1600억위안(약 29조5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BYD가 받은 금액만 70억위안(약 2조2933억원)에 가까웠다. BYD가 중국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인데 자사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대부분 탑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BYD 배터리 점유율 성장세도 어느정도 예측된다.

중국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는 영향이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업계는 '반신반의'다.

우선 그동안 중국 안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한국산 배터리 등이 포함된 외산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 여지가 생긴다.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겨룬다면 승산이 있단 뜻이다. 실제 1~9월 비(非)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이 30.1%로 CATL(18.9%)에 비해 압도적 1위였다. 이 시장에서 국내 3사 점유율은 56%다.

발 딛지 못하다시피 한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 만으로도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실제 그런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미지수란 지적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표면상 중국 전기차들이 한국산 배터리를 쓰지 말아야 한단 규정이나 언급은 없었다"며 "보조금이 사라져도 자국산 배터리 탑재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거나 미중 갈등 지속 가운데 자국산 전기차 구매 선호가 이어진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받을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전기차=테슬라' 공식 깨진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7일 서울시내 한 빌딩 테슬라 충전구역에서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선두주차인 테슬라가 미국에서 신차가격을 최대 20% 인하하는 등 주요 판매국가에서 가격을 인하했다. 테슬라를 선두로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드는 '전기차 치킨게임'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3.1.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가 전략을 포기하고 가격 인하에 나선 테슬라의 동향은 전기차 뿐 아니라 배터리 업계도 주목해 보는 문제다. 테슬라는 올 초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최대 20%에 달하는 가격 인하책을 내놨는데 이는 기존 테슬라 움직임에 비하면 매우 드문 사례다.

테슬라의 지난해 하반기 판매량이 예상치에 미달하자 가격인하에 나섰다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테슬라의 지난해 전체 차량 인도량은 131만여대로 전년 대비 약 40% 성장했지만 이는 테슬라 목표치(50% 성장)에는 못미쳤다.

지난 수 년간 전기차가 곧 테슬라로 여겨질 만큼 테슬라의 상징성이 컸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올 해 전기차 시장 성장이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둔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전기차 시장 개화 속도가 늦어지면 배터리 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구성중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차전지는 전동화 흐름에 따라 수요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며 "특히 유럽이 경기둔화로 수요 우려가 있기에 (전기차) 판매 증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단 테슬라 판매량이 전기차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던 시기는 점차 지나가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전동화 전략을 내놓고 있는데다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가세도 만만치 않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는 지난해 7100대의 전기차를 생산해 기대치(6000~7000대)를 소폭 상회했다. 또 지난해 삼성SDI의 호실적 배경에는 고객사인 BMW의 전기차 판매 호조가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더이상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자체를 상징하던 때는 아니라고 본다"며 "지난해부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제조 역량이 빠르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떤 전기차 고객사가 잘 나가는지에 따라 배터리 업계 실적도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내편 네편 없다···이합집산 가속화
지난해 8월 LG에너지솔루션-혼다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에서 LG에너지솔루션 CEO 권영수 부회장(왼쪽)과 혼다 미베 토시히로 CEO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간 파트너십 구축과 재편은 더 빠르게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이 일본 완성차 기업 혼다와 손잡고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JV)을 짓는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일본 완성차 업체와 한국 배터리 업체간 첫 JV였다. 무엇보다 그동안 도요타와 파나소닉 합작사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완성차 기업이 자국 외 기업과 손잡는데 보수적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었다.

그런가하면 최근 포드는 최근 유럽 튀르키예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 위해 기존 파트너 SK온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 논의중이란 관측도 흘러나왔다. 전동화 전략을 공격적으로 구사중인 포드와 자금력, 양산 경험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간 이해관계 및 사정이 맞았단 분석들이 나왔다.

이를 두고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적기 배터리 양산을 위해서라면 그동안 손잡지 않았다는 관행도, 반대로 주된 파트너사란 개념도 점차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며 "상호간 필요에 의해 파트너십의 체결·와해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힘입어 북미를 중심으로 한 전기차 시장 성장만큼은 확실하다고 보고 올해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장을 이어간단 전략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BNEF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360만대로 전년 대비 32.0% 성장할 것이란 기대다. 2021년, 2022년 성장세 대비 둔화하겠지만 성장세는 이어간단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판매량은 180만대로 전년(120만대) 대비 5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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