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해임, 尹 본의 아냐”…김대기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 정면 반박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전 의원(사진)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한 것과 관련해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뉴스1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EA)를 순방 중인 시점에 대통령실이 국내 정치 현안에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나 전 의원이 "해임은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주장하자, 대통령실 차원에서 직설적인 어조로 '공개 반박'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 입장은 나 전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린 지 6시간여,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아 "마음의 결심이 거의 서가고 있다"며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사실상 확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2시간여 만에 나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저에 대한 해임은 분명 최종적으로 대통령께서 내린 결정일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 뜻을 존중한다고 말씀드렸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이 저출산위 부위원장 해임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뜻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면서 그 배후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지목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먼저 나 전의원의 해임은 대통령의 주관적 판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오후 김대기 실장 명의로 된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대통령께서는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서 공적 의사결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순방을 떠나기 하루 전인 13일 나 전 의원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解任)했다. 사실상 중징계 처분을 한 셈인데, 나 전 의원의 글은 '윤 대통령이 친윤계의 왜곡으로 본의 아닌 해임 결정을 했다'는 주장으로 읽힐 수 있어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분위기가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해임한 과정을 (나 전 의원) 본인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마치 대통령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참모들이 보고를 잘못해서 자신을 해임한 것처럼 주장하나"라며 "사실과 다른 것은 분명히 이야기 해야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3년 후배"라며 "우리(참모들)보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더 알지 않겠나"라고도 덧붙였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 참모들과 윤핵관들을 공격하려고 글을 썼겠지만, 내용을 보면 대통령이 잘 모르고 판단한다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을 크게 디스(비판)한 것이고, 대통령을 바보 취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불출마 시그널'을 최후 통보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나 전 의원이 이날 대구 동화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음의 결심이 거의 서가고 있다"면서 '당권 도전'을 분명히 하자, 대통령실이 나서 나 전 의원이 친윤(親尹)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쐐기를 박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여권의 특정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개입을 한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과의 조율 없이 밝혔던 '대출 탕감' 방안, 나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 출마를 고심하는 점 등을 두고 "새빨간 거짓말", "당권에 도전하려면 부위원장직을 그만두는 것이 맞다" 등 날 선 비판을 이어왔는데, 여권에서는 '불출마 요구'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의 주장은 자기 정치를 위해 윤 대통령을 정무적 판단도 못하는 무능한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고, 용산(대통령실)을 간신 집단으로 만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너는 친윤이 아니다'라는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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