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시간 연장근로 수당 달라”…강북구청, 출입문 봉쇄로 응답

도시관리공단노조 청사 점거 차단
초과근무수당·인력 충원 요구 외면
시민대책위 “구청 빨리 대화해야”

17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구청 정문. 청사 출입문 4개 중 3개 셔터가 내려져 있고, 민원인들은 쪽문으로 출입해야 한다. 고병찬 기자

“아니, 민원인인데 못 들어가요? 왜 이렇게 막는 거예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구청 민원실 문 앞에서 시각장애인 ㄱ씨의 발걸음이 멈췄다. 강북구청 직원들이 문 앞에 ‘빨간 조끼’가 보이자 민원인이 있는데도 문을 걸어 잠갔기 때문이다. 강북구청은 3주째 노동자들의 ‘청사 점거’를 막겠다며 청사 4개 문 중 3개 문의 셔터를 내리고, 민원인들이 쪽문으로 드나들도록 하고 있다. 다시 찾아간 17일에도 강북구청은 쪽문 앞에 노란 펜스를 치고 민원인들이 통로 안에서만 이동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런 강북구청의 청사 ‘철통 봉쇄’는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을 막기 위한 조처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강북구도시관리공단분회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28일부터 이날 기준 51일째 초과근로수당 지급과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구청장 면담을 위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27일 강북구청은 구청장실이 있는 구청 3층에서 점거 농성하던 노동자들을 경찰을 동원해 강제로 끌어낸 뒤 청사 쪽문만 남긴 채 문을 걸어 잠갔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노조 쪽에서 민원인으로 가장해 불법 점거를 하면서 업무방해가 발생했다.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북경찰서는 당시 체포한 노동자 7명을 퇴거불응 혐의로 수사 중이다.

지난 11일 오후 3시22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구청 민원실 앞에 ‘빨간 조끼’를 입은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소속 노동자들이 나타나자 청사 출입문이 닫혔다. 민원을 보기 위해 온 시각장애인 ㄱ씨는 5분가량을 기다리고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고병찬 기자

강북구청 맞은편에서 천막 농성 중인 노동자 10여명은 구청에 “퇴사자들의 빈 자리를 채우고, 일한 만큼 돈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공단 소속 환경미화직 노동자 ㄴ씨는 “지난해 모두 193시간 연장근로를 했지만 초과근무 수당은 받지 못하고 200만원이 조금 넘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고 했다. 공단은 코로나19 시기 정년퇴직자들의 빈 자리도 채워주지 않았다. 공단 전기 기술직인 김태준(50)씨는 “지난해 여름 홀로 사다리를 타고 작업을 하다 1.5m 아래로 추락한 적이 있는데, 만약 크게 다쳤다면 응급조치나 119 신고를 해 줄 사람이 없어 죽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해 말 기준 공단 직원은 207명으로, 2018년(260여명)보다 약 20% 줄었다고 추산했다. 휴게시간 보장 및 2인1조 작업이 어려운 사업장에 즉시 충원이 필요한 인원만 22명이라고 집계했다. 박문순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정책기획실장은 “스무차례 공단과 교섭을 벌여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처벌을 감수한 절박한 결정으로 농성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공단은 입장문을 내고 “적정인력을 운영하겠다는 등의 협상안을 노조에 제안했다”며 사실상 인력 부족은 인정했다. 초과근무수당에 대해선 “이미 노사합의로 초과근무를 제로화했지만, 혹 초과근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그 수당을 기본급에 반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과거 인원 기준 초과근무가 없다는 전제 하에 결정된 기본급”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오후 3시40분께 강북구도시관리공단이 운영하는 한 공영주차장 <한겨레>와 만난 한 60대 노동자 ㄷ씨가 보여준 서랍 안에 인스턴트 컵라면과 쇠고기죽이 들어있다. ㄷ씨는 “36개 주차장을 홀로 관리하다보니 민원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무실에서 인스턴트로 식사를 때울 때가 많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강북구청은 “구청은 대화 당사자가 아니라 대화에 응할 수 없다”며 나서지 않고 있다. 대신 이순희 강북구정장 결재로 지난 13일부터 1700만원을 들여 한달간 근무하는 경비용역 2명을 고용했다.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정상화를 위한 시민대책위’ 소속 우성구 새날교회 목사는 “강북구 주민들의 불편은 구청장이 유발하고 있다. 구청은 세금으로 용역을 고용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