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리노베이션, 옛건물에 활기를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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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의식주가 필수 요소라고 배웠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시기에는 당연히 새로운 건물들이 만들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도 기존 건물을 고치고 새롭게 단장해 공간을 꾸미는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필자가 대수선을 진행한 이 건물처럼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능이 요구되거나, 건물의 성능을 개선해야 할 상황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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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의식주가 필수 요소라고 배웠다. 음식을 먹고, 체온을 유지하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으며, 살아가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어떠한 상황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시기에는 당연히 새로운 건물들이 만들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도 기존 건물을 고치고 새롭게 단장해 공간을 꾸미는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될 때, 국민총생산(GNP) 대비 공간을 만들고 꾸미는 데 사용되는 비용이 10% 정도로 수렴한다는 데이터이다.
우리나라도 이 비율이 10%에 가까워졌다고 하니 엄연한 선진국이 된 것은 확실하다. 기존 건물을 고쳐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건축사가 하는 일에서 오래된 건축물에 공간을 재배치하여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설비를 보완하고 구조를 보강하거나 단열재를 보충하여 현재의 건축 기준에 맞추는 등 리노베이션(개보수)하는 사례가 늘었다.
예술창고 H-art1(하트원)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1960년에 지어진 업무시설이었다. 은행이 사용하던 이곳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고객과 직원이 대면하는 서비스가 온라인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체되면서 본래 기능을 잃었다. 은행이 돈을 맡겨 두고 보관하는 용도였다면, 이곳에 기획된 것은 예술품을 보관하며 전시하는 예술 창고였다. 은행이 보유한 3000여점의 미술품 가운데 110여점을 전시한 개관전이 열리기도 했고, 커다란 미디어월을 사용하는 전시도 이루어진다.
은행 금고처럼 만든 문으로 들어가면 특별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천장에 레일을 깔고 여러개의 슬라이딩 벽체를 설치해 작품을 배치하는 것에 따라 벽체 위치를 다르게 하거나, 상황에 따라 벽체를 이동할 수도 있는 것이 다른 전시장과 차별화한 점이다. 이 때문에 공간 크기에 비해 훨씬 많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예술 창고(Art Storage)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존 건물에 구조적인 부담이 적은 외장재이면서, 시각적으로 큰 효과를 내도록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필름을 부착한 유리를 더해 건물이 새롭게 변한 것을 외부로 드러냈다.
필자가 대수선을 진행한 이 건물처럼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능이 요구되거나, 건물의 성능을 개선해야 할 상황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기존 건물을 고치는 과정에서 새로 지을 때보다 건물에 대해 분석하고 공사중에 고려할 사항이 많다. 하지만 기존 건물을 사용하는 것이 환경적·경제적으로 큰 장점을 가진다. 주변에서 리노베이션으로 새로워진 건물을 발견한다면 공간 속에서 기존 건물 위에 새로 쓰인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건물을 이해하면서 경험하는 재미를 느껴보자.
박정연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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