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온라인거래소의 성공조건

최근 정부는 도매유통 주체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전국 단위로 거래가 가능한 농산물 온라인거래소를 2023년에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거래소를 매개로 농산물 유통의 구조 개선을 꾀하고 이를 통해 수급안정과 유통비용 절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온라인거래소는 판매자가 다수의 구매자를 접하고, 구매자는 여러 판매자의 농산물을 접하는 거래의 장이 돼야 한다. 여기에 대금결제 기능도 갖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시장보다 탐색·협상·점검 비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농산물 온라인거래소 성공을 위해서는 표준화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 온라인거래소는 제품에 관한 정보만으로 거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산물 정보 표준화는 물론 농산물 품질의 등급화·표준화도 필요하다. 특히 농산물은 품질 표준화가 곤란하므로 검품과 이를 통한 품질 보증이 온라인거래소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전국 단위로 거래를 주선하는 온라인거래소가 모든 농산물의 품질을 검사하고 보증하는 것은 어렵다. 온라인거래소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간 협상을 주선하는 기능도 없다. 판매자가 직접 품질을 보증해도, 불특정 다수가 판매자로 나설 경우 온라인거래소가 판매자의 품질 검품·보증 행위의 정확성을 감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구매자가 농산물의 품질을 신뢰하지 않으면 온라인거래소는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판매자에게 엄격한 조건을 두는 허가제가 불가피할 것이다.

둘째, 온라인거래소가 활성화하려면 참여자의 편익이 커야 한다. 이들 편익은 유통비용·거래가격·편의성 등 다양하다. 또한 편익을 높이기 위해 판매자와 구매자간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일한 조건에 있는 판매자·구매자가 각각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거래소는 기존 시장과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며 기존 시장의 거래 질서를 흩뜨려서는 안된다. 특히 온라인거래소가 기존 시장의 편법거래 가교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상품의 거래에는 협상 상대를 찾는 비용, 상대방과 협상해 계약을 맺는 비용, 결제·납품 등 계약조항의 준수를 점검하는 비용 등 막대한 비용이 든다. 경제학자 로널드 해리 코스는 주식시장을 예로 시장은 교환을 촉진하고 그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존재며 뒤얽힌 규칙체계는 거래를 원활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거래소 출범에 앞서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