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익직불 준수사항, 실천성 높게 재정비해야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 2023. 1. 1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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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공익직불제가 시행 4년차에 들어섰다.

공익직불제는 공익직불금을 수령하는 농업인이 준수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에 기여하도록 설계됐다.

그렇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익직불 준수사항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이를 이행할 농업인의 여건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앞으로 공익직불제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공익기능 평가가 요구될 것이고, 여기에는 농업인들의 준수사항 실천 성과가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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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공익직불제가 시행 4년차에 들어섰다. 올해부터는 기존에 직불금을 지급받은 실적이 없는 농지도 기본직불 대상에 포함하는 등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실경작 여부를 확인해 부정수급도 엄격히 관리한다. 또한 환경보호·생태보전, 농촌공동체 유지, 먹거리 안전 등 17개 준수사항에 대해서도 철저히 점검한다.

공익직불제는 공익직불금을 수령하는 농업인이 준수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증진에 기여하도록 설계됐다. 농업인들이 준수사항을 실천하면 소비자와 국민들이 환경 보전과 먹거리 안전 등 공익가치를 이해하고 농업 투자의 필요성도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익직불 준수사항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이를 이행할 농업인의 여건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농업경영주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영농 의욕이 감퇴하고 마을공동체 활동 참여가 저조해지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필자가 농촌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결과 준수사항 세부 내용에 대한 농업인들의 이해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다. 공익직불 준수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활동이나 그에 따른 영농 변화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공익직불제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공익기능 평가가 요구될 것이고, 여기에는 농업인들의 준수사항 실천 성과가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준수사항 설계에 대해서는 행정편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익직불제가 당초 목적대로 순조롭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준수사항의 기본 원칙과 이행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준수사항이 영농 현장에서 성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실천 내용과 의무 수준을 재편성해야 한다. 예컨대 ‘농약안전 사용’은 농업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농산물 출하제한 명령 준수’는 상업농이 아닌 소농에게는 현실적으로 적용할 의미가 작다. 이렇게 농가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준수사항을 적용하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약화하는 원인이 된다.

둘째, 준수사항 이행이라는 법적 의무가 도덕적 규범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이행점검 관리기관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규정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의 책무지만 기본적으로 농업인의 자기 점검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준수사항을 불성실하게 이행한다고 즉시 직불금을 감액 처분하는 것은 제도 정착에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준수사항을 이행해 영농활동이 변화하고 실질적으로 공익기능이 발휘된 성과를 과학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농업의 공익기능과 가치에 대해 주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연구하고 홍보함으로써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에 따른 성과는 직불제 예산 확충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중장기적으로 준수 의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본형 직불제 준수사항의 이행 의무는 선택형 직불제 준수사항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일찍이 직불제를 도입한 유럽에서도 준수사항의 내용을 단순화하고 의무 규정을 완화하는 추세다.

공익직불 준수사항은 직접 지급에 대한 상호준수(Cross-Compliance) 의무로 일컬어진다. 이제 농업인들도 준수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직불금을 수령하는 데 따른 의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또한 준수사항에 명시된 활동에 공감하며 적극 실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명실공히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가 크게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정호 (환경농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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