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슈] 청년농 육성·스마트농업 확산…‘지속가능 농촌’ 한발짝
청년농 3만명 시대 준비 원년
6차산업 등 창농 활성화 필요
탄소중립 세부계획 수립 전망
인센티브 늘려 농민 참여 유도
농업계가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신성장동력 확보에 있다. 농업계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 스마트한 농업·유통 구조를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기후변화에 맞선 농업계의 대응 역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정부가 이에 관한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면서 2023년이 오래된 숙제를 푸는 원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청년농 3만명 시대 준비하는 첫해=윤석열정부는 청년농 3만명 육성을 핵심 농정과제 중 하나로 내걸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제1차(2023∼2027년)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에는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등의 지원 대상을 늘리고 청년농에게 지원하는 융자금 상환기간은 연장, 금리는 인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농지를 30년간 빌려 농사를 지은 후 매입할 수 있는 ‘선(先)임대-후(後)매도 제도’와 임대형 스마트팜과 주택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청년농 스타트업단지’ 등도 올해 처음 추진한다.
이처럼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정책이 농지·자금·기술 확보 등 청년농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될지 시선이 쏠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청년농 육성)과 농협경제연구소(농업의 세대 전환) 역시 이 사안을 올해 주목해야 할 10대 농업 이슈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일각에선 단순히 청년농에게 농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각적인 지원정책을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농협경제연구소는 “고령농의 우량 농지와 경영·영농 기술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 등이 창농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이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 설계를 보완해야 한다”며 “농업만으로 청년들을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농업을 기반으로 6차산업, 디지털분야 등 벤처창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연계해 청년들의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마트 농업·유통 한단계 도약하나=기후변화와 노동력 부족 등 농업환경이 급변하면서 스마트농업은 거스를 수 없는 기류가 됐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스마트농업 확산을 통한 농업혁신 방안’을 통해 축사·시설원예·노지 등 농업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스마트농업 시장 규모를 1조원으로 확대하고 유니콘기업(상장 전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을 5개 이상 육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부가 이같은 정책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발의한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법안이 제정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농업 육성에 관해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스마트농업 정책사업을 총괄 수행하는 ‘스마트농업 지원센터’ 설립과 스마트농업데이터 플랫폼 구축, 스마트농업 지원 거점단지 조성 등도 추진된다.
스마트농업 확산 움직임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농업은 기술 수준이 낮은 1세대 소규모 스마트팜 비율이 85%에 달하는 실정이다. 농가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좀더 고도화·규모화한 시설을 보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스마트농업 농산물의 유통구조가 기존 농업과 다르지 않은 만큼 농가간 경쟁을 막기 위해 새로운 시장·수요처 발굴도 요구된다.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정부는 최근 주요 품목 주산지에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15곳을 구축하고 2027년까지 1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APC 스마트화를 통해 소비지 수요에 맞춘 상품 개발과 대량구매처 공급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오프라인 도매시장 기능을 온라인으로 옮긴 농산물 온라인거래소도 올해 출범을 앞두고 있다. 거래소가 본격 운영되면 도매유통 주체들이 시·공간 제약 없이 다양한 생산·유통 조직과 전국 단위 도매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온라인거래소에 거래 참여자를 유입하기 위해선 농산물의 표준화·등급화뿐 아니라 상품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 대한 사후 대응체계를 잘 갖춰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농산물 수집에 애로를 겪고 있는 지방 도매시장 도매법인과 식자재·대형유통업체 등 매매 참가인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면 온라인거래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농업계 탄소중립 논의 가속화=올 3월 ‘온실가스 감축 이행로드맵’과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세부계획이 수립될 전망이다.
농업계에서도 탄소중립은 올해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탄소중립 추진이 가속화할수록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농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농민들의 탄소중립 전환 참여를 촉진하려면 제도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농협경제연구소는 “탄소중립직불제 도입과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확대, 저탄소 농업기술 보급 확산, 저탄소 인증 농산물 확대 등을 통해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저탄소농업 지원제도와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이슈도 지속적으로 농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산업통상자원부가 태양광 설비의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면서 농촌 주거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농식품부의 올해 핵심과제인 농촌공간계획과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하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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