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용 김치에 수입 고춧가루 사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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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재배농민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김치 제조업체가 수출용 김치를 만들 때 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국 김치'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김치 제조업체들이 고춧가루는 김치의 주원료가 아니기에 수출용에는 외국산을 쓰게 해달라고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는 김치가 세계인의 식탁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때 외국산과 더욱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인데 제조비용을 낮추고자 수입 고춧가루를 쓰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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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추 생산기반 붕괴 불 보듯
고추 재배농민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김치 제조업체가 수출용 김치를 만들 때 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국 김치’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김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해 우리 고유 방식으로 제조한 김치에만 ‘한국 김치(Korean Kimchi)’ 표기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외국에서 만든 김치가 버젓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쉽게 말해 세계시장에서 짝퉁 한국 김치 판매를 막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치 제조업체들이 고춧가루는 김치의 주원료가 아니기에 수출용에는 외국산을 쓰게 해달라고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수산물품질관리법은 국가명 지리적표시제 등록 때 주원료(최종 제품에 혼합된 비율이 높은 순서로 3개 이내의 원료)를 국산으로 사용하도록 하는데 고춧가루는 주원료가 아니기 때문에 외국산을 써도 무방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하지만 고춧가루는 대부분의 김치를 만들 때 사용 비율이 상위 3개 이내에 꼽히는 주원료다. 제조업체는 이익만을 좇아 외국에서 들여오는 값싼 고춧가루를 사용해도 국산으로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김치 국가명 지리적표시제는 김치가 세계인의 식탁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때 외국산과 더욱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것인데 제조비용을 낮추고자 수입 고춧가루를 쓰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 김치를 찾는 외국 소비자들을 속이는 행위다. 겉포장에는 ‘한국 김치’라고 돼 있는데 내용물을 따져보니 외국산 재료가 섞여 있다면 이를 반길 소비자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가 업체 요구를 수용할 경우 국내 고추 생산기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농가는 12일 충북 제천 봉양농협에 모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참다못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국고추산업연합회는 앞으로 30만 고추농가와 85개 주산지농협 조합장들의 반대 서명을 받아 정부·국회·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3월부터는 농관원에서 항의 집회도 열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세계에 내놓는 ‘한국 김치’에 값싼 수입 고춧가루를 쓰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왜 우리 스스로 김치의 품질과 명성을 떨어뜨리려 하는가. 제조업체도 기억해야 한다. ‘한국 김치’가 있었기에 지금껏 기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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