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꼬들한 식감·시원한 국물…속풀다 결국 “소주 한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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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의 술꾼들은 숙취로 다음날 고생할 걱정이 없다.
썰물 때 바닷물이 모두 빠진 다음 사람이 손으로 직접 뜯어 채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민물에 깨끗이 씻어 볕에 바싹 말린 다음 유통한다.
짭조름한 국물맛이 혀끝에서 맴돌고 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원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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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세모가사리’ 넣고 끓여
서해안서만 접할 수 있는 별미
된장·고추장 등 재료따라 변주
한입마다 퍼지는 바다향 일품
충남 보령의 술꾼들은 숙취로 다음날 고생할 걱정이 없다. 이 지역에서만 먹는 속풀이 특효 음식 덕분이다. 바로 ‘세모국’이다. 이름부터 생소하다. 세모국은 모양이 세모나다는 뜻일까? 아니다. ‘세모가사리’라는 해초를 넣고 끓여서 붙은 이름이다.
세모가사리는 서해안 일대에서만 나는 해조류다. 김처럼 갯바위에 붙어 사는데 다 자라도 크기가 3∼4㎝에 불과할 만큼 짧다. 얼핏 보기엔 뾰족뾰족 날카로운 가시처럼 생겼다. 썰물 때 바닷물이 모두 빠진 다음 사람이 손으로 직접 뜯어 채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민물에 깨끗이 씻어 볕에 바싹 말린 다음 유통한다.
서해안 주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 말고는 세모가사리를 아는 이가 별로 없다. 양식도 안되고 워낙 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1∼3월에만 나서 미리 쟁여두지 않으면 때를 놓쳐 먹을 방법이 없다. 충남 보령·서산 등지에서만 알음알음 먹는 이유다. 밥을 안칠 때 같이 넣어 먹기도 하고, 식용유에 달달 볶아 소금이나 설탕을 뿌려 밑반찬으로 먹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세모국이다.
세모국은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기본은 끓는 물에 세모가사리와 조개를 넣고 파·마늘로 양념해 한소끔 끓여내는 것이다. 집집마다 여기에 애호박·두부 등을 추가해 된장으로 구수한 맛을 더하기도 하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먹기도 한다.
10년 넘게 한자리에서 세모국을 팔고 있는 보령시 동대동 ‘나그네집’을 찾았다. 이곳은 맑게 끓인 세모국을 고집하는 식당이다. 현지에서조차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 특선으로만 선보인다. 점심 때 이 가게를 찾는 이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세모국 정식으로요”라고 외치며 들어온다.
세모국은 얼핏 보면 단출해 보인다. 조개를 넣어 뽀얘진 국물에 거뭇거뭇한 세모가사리가 한움큼 들어 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깊고 풍부한 맛이 난다. 한숟갈 맛보니 바다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짭조름한 국물맛이 혀끝에서 맴돌고 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원함이 느껴진다.
밥 한공기를 말아 푹 퍼서 먹어본다. 밥알 사이사이 세모가사리가 씹히는데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쫄깃한 바지락살도 먹는 재미를 더해준다. 분명 해장국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주변 테이블에서 연이어 소주를 주문한다.
나그네집을 운영하는 장금년씨(58)는 “원래는 이 동네 사람 아니면 세모국을 알지도 못했다”며 “얼마 전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소개된 다음부터는 관광객도 꽤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맛있는 음식을 다른 지역 사람들은 난생 들어본 적도 없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앞으로도 세모국이 널리 알려져 모든 사람들이 맛보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령=서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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