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이격거리 완화 예고 “우후죽순 난개발” 비판 목소리

정부, 시설-주택 최대 100m 권고
도내 8230곳 설치 시·군 민원 우려
조례강화 불구 주민 거부감 여전

정부가 태양광 시설 설비와 주택 간 이격거리 규제가 지자체별로 상이해 태양광 산업 발전이 저해된다는 이유로 이격거리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농촌 지역 난개발이 우려된다.

17일 본지 취재 결과 산업통상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를 통해 태양광 시설 설비와 주택 간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는 ‘이격거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태양광 시설과 주거 지역 간 이격거리를 최대 100m 이내로 권고한다는 게 골자다.

도로는 이격거리를 설정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따라 산업통상부는 이격거리 및 태양광 유해성 논란 관련 책자 배포를 이달 내 전국 기초지자체 담당부서 및 민원실, 한국에너지공단 지역본부 등 필요부서에 배포할 방침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이격거리 규제가 없고 캐나다 앨버타 주의 경우 이격거리는 3m”라고 했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를 통해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보급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강원도를 비롯해 농촌지역의 경우 난개발을 막기는 어려워졌다. 도내 18개 시·군의 경우 밀려드는 태양광 시설 설비와 주거시설의 인접을 막기 위해 조례를 통해 주거시설과 태양광 발전시설의 이격거리를 규제하고 있다. 강릉 200m 이상, 원주 200m 이상 등이며 양구 300m 이상, 동해·홍천·횡성·영월 500m 이상 등이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태양광 설비 이격거리가 대폭 완화된다면 농촌 주거지역 가까이 태양광 설비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일선 지자체는 벌써부터 민원 폭주를 우려하고 있다. 우후죽순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규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도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소는 17일까지 8230곳이다. 지난 2021년 6963개에서 한 해동안 1267곳이나 더 늘어났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 태양광 시설 인근 거주민의 3분의2가 동의할 경우 허가가 가능하다는 조례를 만들어 규제를 강화했다”며 “지금도 태양광 설비에 대한 거부감으로 민원이 속출하는데 완화할 경우 민원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 현장에서는 농촌 지역이 개발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강석현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격거리를 100m로 완화하겠다는 입장은 결국 농촌지역에 태양광 시설을 개발하겠다는 의미”라며 “지역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이격거리를 정부차원에서 일률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폭압적인 행정”이라고 말했다. 신재훈 ericjh@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