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물산 주주들, 제일모직 부당합병 국가배상 소송 패소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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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한 주주 손해배상 책임을 국가에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합병을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최종 결정권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 있었다는 취지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청와대 지시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 안건을 복지부의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대신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 다루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4월 유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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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홍완선 '합병 찬성 강요' 유죄에도
법원 "국민연금, 독자적 의결권 행사" 판단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한 주주 손해배상 책임을 국가에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합병을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최종 결정권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 있었다는 취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정재희)는 삼성물산 주주 강모씨 등 7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9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문형표·홍완선 유죄... 법원 "국가 배상 안 돼"
강씨를 포함한 삼성물산 주주들은 2020년 11월 "합병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보통주가 주당 5만5,767원으로 정해졌지만,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삼성물산 적정 주가가 6만6,602원으로 결정된 만큼, 주당 1만835원의 손해를 봤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합병 승인이 문형표 전 장관 등의 불법행위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청와대 지시에 따라 삼성물산 합병 안건을 복지부의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대신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에서 다루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4월 유죄가 확정됐다.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역시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함께 유죄를 확정받았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연금 측은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합병이 부당하지 않았을뿐더러 합병에 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다른 주주에 대한 위법이 아니다"(국가)거나 "홍 전 본부장의 배임 행위가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국민연금)는 입장을 내놨다.
법원은 국가와 국민연금 쪽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합병 결정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독자적 의결권 행사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특히 "문 전 장관 등이 투자위원회 결정에 영향력을 끼친 건 맞지만, 지시를 넘어선 강박 등으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을 좌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문 전 장관 등의 유죄 판결을 근거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부당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일성신약이 국민연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유사한 취지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일성신약은 "국민연금이 미공개 정보인 합병 사실을 알고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해 주가를 하락시켜 합병 비율이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정해졌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합병 승인 여부를 주주총회 전까지 예상하기 어려웠던 사실 등에 비춰 보면 국민연금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주들을 대리했던 김광중 변호사는 "국가가 정치적 목적으로 합병에 위법하게 개입했는데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 전 장관 등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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