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군대는 '그림 도둑'...우크라이나 미술품 조직적 약탈로 '문화 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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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공습을 피해 떠나 텅 빈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
러시아에서도 유명한 헤르손 출생 화가 이반 포키토노프의 대표작 '강둑 위의 피케, 노을', 우크라이나 노동자 계급을 주로 그린 국민 화가 미콜라 피모넨코의 '우크라이나의 캐롤' 등이 유실됐다.
우크라이나 변호사 비탈리 티티치는 "문화재에 대한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습격당한 박물관 기록을 살펴 도난품 목록을 작성하고, 약탈에 협력한 이들을 식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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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정체성 빼앗는 '문화 침략'...국제법 위반
주민들이 공습을 피해 떠나 텅 빈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 미술관만 붐빈다. 명화와 유물을 한아름씩 훔쳐서 나오는 러시아 군인들 때문이다. 이들이 휩쓸고 간 전시관은 순식간에 초토화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뿐 아니라 문화예술품까지 강탈하고 있다.
우크라 점령지 탈환 직전, 러시아군은 '미술관'으로 달려갔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미술은 유목민족 ‘카자크’ 문화와 동·서양의 문화가 섞인 독특한 화풍과 색채로 유명하다.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우크라이나 민속화를 두고 “예술의 기적”이라 감탄했을 정도도 ‘예술 강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미술품을 탐냈다. 헤르손과 동부 러시아 점령지인 마리우폴, 남부 도시 멜리토폴의 박물관과 미술관 약 30여 곳이 러시아군에 약탈당했다. 그러나 전쟁 발발 1년이 다 돼가는 최근에서야 우크라이나 정부가 피해를 집계 중이다.
지난해 11월 헤르손 미술관을 러시아로부터 되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전쟁 전엔 17세기 종교화부터 현대미술까지 1만4,000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헤르손을 재탈환하기 직전 러시아군이 작품 1만 점을 서둘러 챙겨 떠난 탓이다.
러시아에서도 유명한 헤르손 출생 화가 이반 포키토노프의 대표작 ‘강둑 위의 피케, 노을’, 우크라이나 노동자 계급을 주로 그린 국민 화가 미콜라 피모넨코의 '우크라이나의 캐롤' 등이 유실됐다. 현지 검찰은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만 미술품 1만5,000점 이상을 훔쳐간 것으로 파악했다.
러시아의 약탈은 군사 작전처럼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예술품 전문 인력까지 동원됐다. 지난해 10월 말 헤르손에선 러시아군이 시내를 봉쇄하고 미술관을 포위하자마자 대형트럭 5대와 군용차량이 도착했다. 헤르손 미술관장은 “미술전문가들이 그림을 살피고 지시를 내리면 군인들이 그림을 포장해 나르는 작업이 나흘간 계속됐다”고 말했다. 멜리토폴에서는 협조를 거부한 박물관 큐레이터가 러시아군에 납치된 후 실종됐다.
나치 빼닮은 러시아 '문화 침략'...우크라이나는 저항 중
러시아의 대규모 약탈은 ‘문화 침략’이다. 국가의 정체성이 담긴 상징물을 약탈해 우크라이나의 독립성을 꺾겠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하위 문화권으로 편입시키려는 전략적 의도”라고 봤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했을 때도 우크라이나 화가들의 그림 52점을 빼돌렸다.
영국의 도난예술품 추적단체 ‘아트 로스 레지스터’의 법률고문인 제임스 락클리프는 “나치 이후 단일 집단이 벌인 최대 규모의 약탈”이라며 “러시아는 ‘1954년 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약’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 협약은 전쟁 중 예술품에 대한 모든 형태의 절도를 금지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이 협약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국제 예술 단체와 협력해 작품을 추적 중이다. ‘아트 로스 레지스터’는 약 2,000점을 도난품으로 등록해 작품이 국제 경매장에 나오면 즉시 압수되도록 조치를 취했다. 기소를 위한 증거도 수집 중이다. 우크라이나 변호사 비탈리 티티치는 “문화재에 대한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습격당한 박물관 기록을 살펴 도난품 목록을 작성하고, 약탈에 협력한 이들을 식별 중”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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