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눈 녹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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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강원 영동지역에 폭설이 내리면서 설을 앞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특히 하늘과 가까운 키 큰 나무 위에 쌓인 눈은 햇빛을 먼저 받아 '사르르' 물방울로 변한다.
눈은 송이송이 하늘에서 함께 떨어지지만 어떤 눈은 높은 곳에, 어떤 눈은 낮은 곳에 머무른다.
길을 걷다 휘날리는 눈을 본다면 잠깐 걸음을 멈추고 '눈 녹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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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강원 영동지역에 폭설이 내리면서 설을 앞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눈만 남긴 채 사라졌지만 따뜻한 날씨도 함께 실종됐다. 또다시 한겨울 추위가 피부로 스며든다.
그러나 얼얼한 맹추위에도 쌓였던 눈들은 조금씩 녹아내린다. 특히 하늘과 가까운 키 큰 나무 위에 쌓인 눈은 햇빛을 먼저 받아 ‘사르르’ 물방울로 변한다. 이럴 때 고즈넉한 숲길을 찾아 걸어보면 마치 숲이 숨을 쉬듯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좁은 산길을 조심조심 한 걸음씩 내딛어보라.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어디선가 적막을 깨는 ‘후드득 후드득’ 소리가 맴돌 것이다. 바람이 불면 하늘에선 하얀 소금이 쏟아지듯 나뭇가지에 붙어있던 눈들이 사방으로 휘날린다. 여기에 강렬한 햇살이 숲을 통과하면 그 하얀 소금은 ‘은가루’로 또 한번 변신해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황홀경의 시간은 길지 않다. 이내 마법의 은가루가 땅 위에 내려앉으면 현실세계의 평범한 눈으로 돌아온다.
눈은 송이송이 하늘에서 함께 떨어지지만 어떤 눈은 높은 곳에, 어떤 눈은 낮은 곳에 머무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나무에도 음지에도 볕이 들면 눈은 녹아 물로 변해 다시 한곳으로 모인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 인생도 햇살에 녹아내리는 눈과 같다. 모두 존귀한 생명으로 태어나지만 저마다 다른 위치에서 다른 삶을 살며 행복과 불행을 경험한다. 부와 명예를 붙잡으려 경쟁하지만, 눈이 녹듯 인생도 유한하다. 그리고 평등하게 땅으로 되돌아간다.
당신은 은가루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생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먼저 욕심을 덜어내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보자. 길을 걷다 휘날리는 눈을 본다면 잠깐 걸음을 멈추고 ‘눈 녹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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