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2000년 교회 전통에 '불'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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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프라이스(William Price·1800~1893)는 19세기 영국 차티스트 운동의 리더로 활약한 외과의사 겸 웨일스 민족주의자다.
하지만 그는 '영국 역사상 가장 도드라진 괴짜'로 더 유명하다.
국교회 목사 아들로 태어나 의사가 된 그는 중년 이후 고대 켈트 신앙인 드루이드교에 심취, 스스로를 예언자적 대제사장이라 선언하고 온갖 기행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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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프라이스(William Price·1800~1893)는 19세기 영국 차티스트 운동의 리더로 활약한 외과의사 겸 웨일스 민족주의자다. 하지만 그는 ‘영국 역사상 가장 도드라진 괴짜’로 더 유명하다.
국교회 목사 아들로 태어나 의사가 된 그는 중년 이후 고대 켈트 신앙인 드루이드교에 심취, 스스로를 예언자적 대제사장이라 선언하고 온갖 기행을 벌였다. 평소 초록색 바지와 붉은색 조끼 위에 흰색 튜닉 차림을 고수하며, 바이킹처럼 길게 땋은 머리에 여우가죽을 쓰고 다녔지만, 마음이 동하면 발가벗고 마을 언덕을 뛰어다니곤 했다.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한겨울에도 양말을 신지 않았고, 육식이 인간의 영혼을 병들게 한다며 채식을 고수했고, 동료 의사들을 ‘독약 상인’에 불과하다고 비난하며 환자에게 약 대신 채식을 처방하기도 했다. 그는 열렬한 백신 및 생체 해부 반대론자였다. 1839년 차티스트 봉기에 가담했다가 5년간 프랑스에서 도피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는 기성 종교란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방편일 뿐이라며 배척했고, 결혼도 “여성을 노예화하는 제도”라는 신념에 따라 평생 독신으로 살며 ‘자유 연애’를 실천했다.
그의 최대 ‘업적’은 가정부와 낳은 아이가 생후 5개월 만에 자연사하자 자기 소유의 언덕에 나무와 석탄을 잔뜩 쌓은 뒤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884년 1월 18일(일부 기록에는 14일) 화장을 감행한 거였다. 화장은 부활을 믿는 기독교 전통과 관습으로는 가히 충격적인 도발이었고, 그는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법적 규정이 없어 그는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영국 여러 지역에 화장터가 개설됐고 영국 의회도 ‘화장법(1902)’을 제정했다. 가톨릭 교회가 화장을 공식 허용한 것은 1963년이었다.
유언에 따라 그도 주민 2만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들을 화장했던 그 언덕에서 화장됐고, 유해는 “풀과 꽃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온 땅”에 뿌려졌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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