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참았다… ‘9박에 1천만원’ 설연휴 여행지, 500개 좌석 다 팔렸다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청 여권민원과 앞 키오스크(무인기)에는 ‘여권 접수 대기 인원 56명’이라는 글씨가 떠 있었다. 서초구에 사는 70대 A씨는 “1시간 넘게 기다리셔야 한다”는 안내원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으니 다시 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모(78)씨도 “4월에 미국 사는 여동생 집에 가기 위해 여권을 갱신하러 왔다”며 “9시 반에 왔는데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초구청 민원실은 여권을 신청하거나 수령하러 온 사람들이 몰리며 비치된 의자가 부족해 직원들이 간이 의자 10여 개를 가져다 놓을 정도였다. 서초구 관계자는 “직원들이 밥을 교대로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갈 정도”라고 했다.
서초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여권 신청 건수는 한 달간 1만169건으로, 전년 동기(1914건) 대비 약 5배로 늘었다. 종로구도 2021년 12월 817건에 불과하던 여권 신청 건수가 지난해 12월에는 4514건으로 폭증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후 첫 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권 발급 신청을 할 때조차 ‘구청 민원실 오픈 런’을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요즘 여권을 발급받으려면 최소 열흘 걸리는 것은 기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 여권 신청도 ‘오픈 런’… “3년을 참았다” 코로나에 억눌린 여행 수요 폭발, 설 연휴 해외여행 70배 급증
코로나 확산 이후 3년간 억눌렸던 해외여행에 대한 갈망이 이번 설 연휴를 기점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17일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인 20~24일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한 이들은 1만5000명이다. 작년 설 연휴와 비교하면 70배가량 늘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설 연휴 때의 절반 수준을 회복했다. 작년 추석 연휴였던 9월 8~12일과 비교해도 5.7배가량 더 많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것은 이번 설 연휴 기간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도 20~24일 서울에서 출발하는 해외여행 상품 예약자가 1만3000여 명이다. 작년 설보다 90배 많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안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고가 여행 패키지 상품의 인기도 높다. 롯데관광개발은 오는 20일 출발하는 1인당 629만~1049만원(세금 포함)짜리 9박 10일 이집트 전세기 패키지 상품을 최근 판매했는데, 523좌석이 모두 팔렸다.
항공사들은 설 연휴 기간 공격적으로 국제선 증편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인천~삿포로·오사카·방콕·다낭 총 54편을 증편 운항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국제선 3개 노선에 10편을 늘린다. 에어부산은 매일 왕복 2회 운항 중인 부산~오사카 노선을 20일부터 닷새 동안 3회로 임시 증편하고, 같은 기간 매일 1회 운항 중인 부산~타이베이 노선은 왕복 2회로 늘리기로 했다. 베트남 다낭 노선 역시 부정기편을 투입해 매일 왕복 1회 운항한다.
◇제주 방문은 감소할듯… 항공편 줄여
코로나 기간 해외여행 대체지로 인기를 끌었던 제주 방문은 주춤할 전망이다. 17일 제주도관광협회는 이번 설 연휴 기간 18만8000여 명이 제주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설 연휴 방문자 20만3437명보다 7.6%가량 감소한 수치다. 작년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은 1381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하지만 해외여행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11월부터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사들도 이번 설 연휴 제주행 항공편과 좌석 수를 작년보다 줄이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제주행 국내선 항공편은 1164편(21만6377석)으로 전년보다 항공편은 6.7%, 좌석 수는 11.7%가량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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