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尹 본의 아니다”에… 김대기·與초선 48명 “왜곡 말라”

박수찬 기자 2023. 1. 1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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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尹이 진상 파악해 해임”
與 초선들도 나경원 사과 요구
나경원(왼쪽 사진) 전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화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환경대사 해임이 “대통령의 뜻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김대기(오른쪽)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후에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다. /뉴시스·뉴스1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자신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 해임에 대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직접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여당 초선 의원 48명은 성명서를 내고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 명분을 위해 대통령 뜻을 왜곡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여권에서는 나 전 의원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불출마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 측은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장문과 초선 의원 성명에 대해 깊히 숙고하며 특별한 입장은 없다” 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해임)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나 전 의원이 사의를 전달하는 과정 등에서 대통령실 일부 참모와 ‘윤핵관’ 등 친윤계의 ‘왜곡’이 있었고 윤 대통령이 자신을 오해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나 전 의원은 이어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나 전 의원은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 “당의 분열과 불신의 벽을 허물고 서로 화합하는 당을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졌다”고도 했다. ‘윤심 얻기’를 시도하며 당대표 출마 결정에 한발 더 다가간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께서는 누구보다 여러 국정 현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다”며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다. 김 실장이 입장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것처럼 나 전 의원 측이 묘사한 데 대해 격앙된 대통령실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도 했다.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레이트(UAE) 300억달러 투자 유치에 대해 “가슴 벅차다”고 했으나, 외국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에 대해 여전히 불편한 마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을 공개 반박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5일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다자녀 가구에 대한 대출 탕감’ 아이디어를 공개하자, 다음 날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윤 정부의 기조와 다르다”고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대통령실에선 정부 부처의 반대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한 나 전 의원을 바로 해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나 전 의원에게 수습할 기회를 주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지난 9일 김대기 실장에게 문자로 사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전날인 지난 13일 서면으로 사직서를 내자 대통령실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직에 대해 사표를 수리하는 게 아니라 부위원장, 기후대사에서 모두 ‘해임’했다. 해임(解任)은 그 직책을 ‘그만두게 한다’는 뜻으로 강경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대통령실 반박 약 2시간 후 박수영, 배현진, 유상범, 이용 등 여당 초선 의원 48명은 나 전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나 전 의원에게는 대통령이 악질적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옥석 구분도 못하는 무능한 지도자로 보이는 건가”라며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묵과할 수 없는 위선’ ‘정치적 사기’라는 표현까지 쓰며 나 전 의원에게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고도 했다. 당대표 선거 불출마 요구로 해석됐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도 이날 나 전 의원을 향해 “(윤 대통령의 해임 결정은) 매우 중요한 공직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하고 석 달 만에 내던지는 어리석음을 야단치신 것이고, 한 해 12조 내지 16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을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과 조율 없이 던지는 가벼움을 단죄하신 것”이라고 했다.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후 충남 천안 백석대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에 대해 “당의 자산에서 분열의 씨앗으로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김대기 실장의 실명 반박에 당혹스러운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은 일부 친윤계 의원들의 공격과 불출마 압박을 비판하면서도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안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향해 지속적으로 우호 메시지를 던져왔다. 여권에서는 “나 전 의원에 대한 윤심(尹心)이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친윤 반윤핵관’ 전략으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려던 나 전 의원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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