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늘어난 재택근무, 직장여성에겐 ‘양날의 검’
박종규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jonggyu.park@csi.cuny.edu 2023. 1. 18. 03:03
출산-육아 따른 경력단절 줄고
업무시간 유연해 만족 높지만
가정-일 경계 모호해 갈등 우려
온라인 소통 한계로 부작용도
업무시간 유연해 만족 높지만
가정-일 경계 모호해 갈등 우려
온라인 소통 한계로 부작용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를 적극 도입해 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재택근무자 수는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 재택근무 관련 정보와 매뉴얼, 관련 연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닥친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했으며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재택근무의 효용성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다. 재택근무는 정말 모든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월 1호(360호)에 실린 ‘재택근무는 여성 직장인에게 득일까 독일까’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원격근무가 여성 직원에 미치는 영향
기존에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는 원격근무가 직장인들에게 더 많은 업무 유연성과 경력 개발 기회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잘 누릴 수 있다고 믿어 왔다. BBC에 따르면 영국 여성의 절반 이상이 육아 등에서 제약을 덜 받는다는 이유로 재택근무가 경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가정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육아나 가사노동에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이는 여성 직장인들이 집에서 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가사와 독박 육아 탓에 재택근무가 여성을 더 힘들게 한다는 딜로이트의 설문 결과도 있다.
미국과 스페인의 경영학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재택근무가 여성 직장인에게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문헌 연구를 통해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가 경력, 급여 수준, 일·가족 양립 측면에서 직장 내 성 평등에 긍정적 영향뿐 아니라 부정적 영향도 함께 미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1995∼2021년 발표된 논문 100개를 분석해 원격근무와 직장 내 성 평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다. 특히 원격근무의 어떤 특성들이 여성 직장인들의 경력 향상에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되는지를 구분해 제시하고, 해당 특성들이 만들어 내는 세 가지 갈등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원격근무는 일과 삶 모두에 대한 여성 직장인들의 통제 가능성을 높이지만 둘 사이에 원치 않는 간섭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재택근무는 업무 시간의 유연성을 제공해 직무만족도와 웰빙 정도를 높인다. 하지만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것은 일과 가정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 더 많은 멀티태스킹을 요구하기도 한다. 업무 시간의 유연성은 자칫 잘못하면 야간 및 휴일 근로로 연결돼 일과 가정 사이에 더 큰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둘째, 원격근무는 새로운 일자리와 승진과 같은 더 나은 경력 기회를 가져올 수 있지만 반대로 그 기회를 줄일 수도 있다.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원격근무의 큰 장점으로 인해 여성 직장인들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마련됐다. 인간관계를 맺기 쉽지 않은 원격근무 상황에서는 여성의 참여적 리더십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보다 가정을 우선시한다는 오명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일부 여성 직장인은 의도적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하길 꺼리기도 한다.
셋째, 여성 직장인들은 원격근무를 통해 사회적으로 연결되고 통합될 수 있지만, 더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여성들은 직접 의사소통하지 않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성 고정관념으로부터 더 자유롭다고 느낀다. 이에 여성 직원들은 직장 내 토론에 더 많이 참여하고 그들의 주장을 활발히 펼칠 수 있다. 소셜미디어 역시 여성 직장인들이 더 쉽게 전문 지식과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는 오프라인에 비해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성 고정관념에 대항할 근거 역시 직접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이고 고정관념적인 평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 원격근무의 부정적 영향 인식해야
원격근무는 여성의 경력에 양날의 검이다. 재택·원격근무가 가진 고유한 특성과 상황에 따라 여성 직장인들이 가진 특성이나 다른 사람들의 성 고정관념 등을 강화 또는 완화해 이들의 경력과 직장 내 성 평등에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와 직장에는 여전히 성 역할에 대한 기대와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직장 내 성 평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재택근무의 모든 특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또 일과 가정의 모호한 경계, 정해진 근무 시간 외 업무 가능성, 부정적인 성 고정관념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 등 여성 직장인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원격근무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재택근무의 도입 여부와 관리를 책임지는 CEO와 부서장들은 재택근무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성차별을 인식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든 직원은 직장과 업무에서 성차별과 성 불평등을 야기하는 기존의 고정관념들이 새로운 업무 환경인 재택·원격근무에서도 고착화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원격근무가 여성 직원에 미치는 영향
기존에 발표된 대부분의 연구는 원격근무가 직장인들에게 더 많은 업무 유연성과 경력 개발 기회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잘 누릴 수 있다고 믿어 왔다. BBC에 따르면 영국 여성의 절반 이상이 육아 등에서 제약을 덜 받는다는 이유로 재택근무가 경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가정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육아나 가사노동에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 이는 여성 직장인들이 집에서 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가사와 독박 육아 탓에 재택근무가 여성을 더 힘들게 한다는 딜로이트의 설문 결과도 있다.
미국과 스페인의 경영학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재택근무가 여성 직장인에게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문헌 연구를 통해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가 경력, 급여 수준, 일·가족 양립 측면에서 직장 내 성 평등에 긍정적 영향뿐 아니라 부정적 영향도 함께 미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1995∼2021년 발표된 논문 100개를 분석해 원격근무와 직장 내 성 평등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봤다. 특히 원격근무의 어떤 특성들이 여성 직장인들의 경력 향상에 도움이 되거나 해가 되는지를 구분해 제시하고, 해당 특성들이 만들어 내는 세 가지 갈등 요인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원격근무는 일과 삶 모두에 대한 여성 직장인들의 통제 가능성을 높이지만 둘 사이에 원치 않는 간섭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재택근무는 업무 시간의 유연성을 제공해 직무만족도와 웰빙 정도를 높인다. 하지만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것은 일과 가정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 더 많은 멀티태스킹을 요구하기도 한다. 업무 시간의 유연성은 자칫 잘못하면 야간 및 휴일 근로로 연결돼 일과 가정 사이에 더 큰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둘째, 원격근무는 새로운 일자리와 승진과 같은 더 나은 경력 기회를 가져올 수 있지만 반대로 그 기회를 줄일 수도 있다.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원격근무의 큰 장점으로 인해 여성 직장인들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마련됐다. 인간관계를 맺기 쉽지 않은 원격근무 상황에서는 여성의 참여적 리더십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보다 가정을 우선시한다는 오명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일부 여성 직장인은 의도적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하길 꺼리기도 한다.
셋째, 여성 직장인들은 원격근무를 통해 사회적으로 연결되고 통합될 수 있지만, 더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여성들은 직접 의사소통하지 않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성 고정관념으로부터 더 자유롭다고 느낀다. 이에 여성 직원들은 직장 내 토론에 더 많이 참여하고 그들의 주장을 활발히 펼칠 수 있다. 소셜미디어 역시 여성 직장인들이 더 쉽게 전문 지식과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는 오프라인에 비해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식의 부정적인 성 고정관념에 대항할 근거 역시 직접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이고 고정관념적인 평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 원격근무의 부정적 영향 인식해야
원격근무는 여성의 경력에 양날의 검이다. 재택·원격근무가 가진 고유한 특성과 상황에 따라 여성 직장인들이 가진 특성이나 다른 사람들의 성 고정관념 등을 강화 또는 완화해 이들의 경력과 직장 내 성 평등에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와 직장에는 여전히 성 역할에 대한 기대와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직장 내 성 평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재택근무의 모든 특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또 일과 가정의 모호한 경계, 정해진 근무 시간 외 업무 가능성, 부정적인 성 고정관념에 대응하기 어려운 점 등 여성 직장인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원격근무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재택근무의 도입 여부와 관리를 책임지는 CEO와 부서장들은 재택근무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성차별을 인식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든 직원은 직장과 업무에서 성차별과 성 불평등을 야기하는 기존의 고정관념들이 새로운 업무 환경인 재택·원격근무에서도 고착화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박종규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jonggyu.park@csi.cuny.edu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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