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1년… 사망자 오히려 늘고 판례는 ‘0’

이정구 기자 2023. 1.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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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200건 발생에 ‘사업자 처벌’ 1심 판결 1건도 안 나와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 시행 1년을 맞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이 모호하고 처벌이 과도하다” “산재 예방 효과가 의문이다”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사업주 처벌 수위(징역 1~10년·벌금 10억원 이하)는 엄한데 어떤 사고가 처벌 대상인지, 정확히 누가 얼마나 처벌받는지 법 시행 1년이 지나도록 논란이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4년부터는 법 적용 대상이 현재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대폭 확대돼 영세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법 시행 1년 동안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돼 법원에서 1심 선고가 난 사건도 없어 판례도 전무하다. 그렇다고 산업재해 사망 근로자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9월 산업재해 사망 사고는 483건으로 전년(492건)보다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고, 사망자는 510명으로 전년(502명)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대응 여력도 없고, 법 자체가 불명확해 족쇄 역할만 한다”고 불만이다. 반면 노동계는 “처벌 수위 강화가 핵심인데 조사·수사·재판만 길어져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다는 산업재해 예방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식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대재해 200여 건, 1심 선고 0건

경영계와 노동계는 그간 중대재해 발생 1호(삼표산업 채석장 붕괴 사고), 기소(재판에 넘김) 1호(두성산업 집단 독성 간염) 사건 결과에 촉각을 기울여왔다. 법에서 불분명하게 명시돼 논란이 됐던 중대재해 처벌 대상인 ‘경영 책임자’ 등 처벌 대상 범위를 사법기관이 사례를 통해 가늠케 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 시행 이틀 만인 작년 1월 29일 발생한 삼표산업 사건은 해를 넘겨 지금도 수사 중이다. 5개월간 사고를 조사한 고용노동부가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로 넘겼는데 검찰은 삼표산업의 오너까지 소환 조사하며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

중대재해법 위반 기소 1호인 두성산업은 “헌법의 명확성 원칙, 과잉 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중대재해법의 위헌성 여부는 법 시행 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였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전국 법원에 있는 모든 관련 재판은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두성산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의 김재옥 파트너변호사는 “산업재해를 줄여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다른 형사처벌과의 형평성, 모호한 ‘경영 책임자’ 등 법의 명확성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 모호성에 모두 불만…“재해 늘어난 역설적 현상”

사고는 줄지 않았고, 조사·수사·재판은 길어지면서 산재 예방 효과도 크지 않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는 200여 건으로 이 중 약 160건은 조사·수사 중이다.

특히 경영계에선 “산재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CEO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2일 ‘중대산업재해 단계별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조사·수사기관의 판단을 분석한 결과, 해당 회사에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있는데도, 법 적용 대상이 CEO를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시행 1년 동안 사법처리가 0건에 그친 유명무실한 중대재해법을 강화해야 한다”며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무 부처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작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늘어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했다”고 했다. 고용부는 2024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에 앞서 법을 개정하기 위한 TF를 꾸린 상태다. 송규종 대륙아주 변호사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도 중대재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쉽지 않다”며 “5~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으로 확대되면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처벌보다 산업재해 예방 우수 사업장에 대해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포스코건설은 작년 중대재해 0건을 기념해 전 직원에게 안전 인센티브 200만원씩을 지급했고, 고용노동부는 사망 사고 없는 주요 건설업체에 대해 올해 예방감독 제외를 인센티브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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