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동아시론/전영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2023. 1. 18. 03:03
일자리 수도권 집중에 주택-저출산 문제 심화
균형발전론 무색하게 지방 소멸 위기 커져
예산과 권한 강화로 지역특화 해야 살아난다
균형발전론 무색하게 지방 소멸 위기 커져
예산과 권한 강화로 지역특화 해야 살아난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비유가 화제다. 2030세대의 먹먹한 현실을 빗댄 문구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를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먹이(고용)를 찾아 떠난 지역청년이 둥지(주거)가 없어 알(출산)을 낳지 못한다는 것이다.
먹이와 둥지가 단일 공간에서 해결되지 않는 ‘직주분리’의 결과는 매섭다. 탈(脫)지역·향(向)서울의 사회이동은 ‘저밀도·고출산’에서 ‘고밀도·저출산’ 현상으로 이어진다. 지역에 살았다면 출산을 했을 이들도 서울에 오면 포기한다. 실제 2021년 평균 출산율 0.81명은 1위 전남(1.02명)과 꼴찌 서울(0.63명)의 합계다.
‘인구 문제=도농 격차’라면 먹이와 둥지의 공간 격차를 해소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위험 수위를 넘긴 불균형한 지역 현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원인과 이유는 많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사회구조 모두가 인구 변화에 한몫했다. 시대 변화를 못 따라가는 경직된 제도·정책이 엇박자와 부작용을 낳았다. 인구 수급이 뒤틀리고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더는 곤란하다. 지방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공간 이동을 줄여줄 안전장치가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취업부터 산업·문화·주거까지 수도권의 경쟁우위와 일극집중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분산과 완화는 강력한 시대 의제가 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로컬리즘은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직장, 주거, 상가가 한곳에 있는 직주락(職住樂)의 로컬 토대를 튼튼히 구축하는 접근법이다. 로컬리즘은 난파선처럼 침몰하는 지역 사회를 되살릴 우선적인 실행 과제다. 단 새로운 접근은 필수다. 창의적 재생 모델과 열정적인 협업 체계로 기존의 이름뿐인 균형발전 경로와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많은 관련 사업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간의 사업 결과는 건물·단지 등 공간 조성(하드웨어)부터 제품·서비스 등 재화 공급(소프트웨어)까지 온갖 한계를 여실히 보여 줬다. 지자체의 비전과 협력 체계를 정비한 로컬리즘이 절실하다. 2000년대 이후 중소도시 몰락으로 고전하던 미국과 유럽도 지방정부가 주민 전체와 협의해 로컬리즘에 성공한 바 있다.
다행히 환경은 무르익고 있다. 도농 격차가 심각해지자 중앙정부도 ‘중앙 파워→지역 하방’의 물꼬를 트기 위한 제도 지원에 돌입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2022년 개정),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2023년 시행) 등으로 농산어촌의 복원 토대를 구축했다. 재정 지원도 보강된다. 10년간 10조 원이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투입되는데, 2022년 1년차 대상 89곳이 결정됐다. 올해부터는 고향사랑기부제도 가동된다. 일본의 히트 상품인 ‘후루사토(고향) 납세’를 차용한 제도로, 재정 확충·세제 혜택·답례 시장의 일석삼조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앙집권에서 자치분권으로의 시각 변화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중앙에 종속된 제도·관행이 강고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써 균형발전론이 무색하게 도농 관계는 수도권의 일극집중화와 지방의 한계소멸론으로 귀결됐다. 예산·권한은 물론 산업·인구까지 극단적인 중앙 블랙홀로 비화됐다. 이 때문에 최근 변화의 기운이 더 반갑고 소중하다. 비정상적이고 불균형한 역내 분업과 지역 경제를 되살릴 호기인 까닭이다. 갈수록 자치분권도 거세질 전망이다. 제주(2006년), 세종(2012년), 강원(2022년)에 이어 전북까지 법안 통과를 내걸며 자치행정을 설파하는 등 ‘특별자치’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관건은 실효성 있는 소멸 대응과 성과 창출이다. 하방 결정이 옳다는 강력한 정황증거를 보여줄 때 자치분권은 확대된다. 잘 준비된 경쟁력과 비교우위를 내세워 진정성 넘치는 지역 복원의 결기를 의지·능력으로 보여주는 건 상식이다. 자원은 제한적이고 적자생존은 예외 없다. 무르익은 분위기를 지역 복원의 실천 화두로 풀어내야 한다.
로컬리즘에 표준 모델은 없다. 229개 지자체는 229개 유일무이의 복원 모델로 지역 특화성을 극대화하는 게 좋다. 강점·약점을 재구성한 뒤 복원할 만한 보물을 찾아내 매력적인 구슬로 엮어내는 ‘온리원’ 전략이 필요하다. 아니면 소멸뿐이다. 새는 바가지에 물을 퍼부을 중앙은 없다. 침몰과 부활의 방향 타진은 각 지역에 달렸다. 파도가 일렁일 때 서핑을 하듯 모처럼 만의 변화 흐름을 충분히 활용한 성과 창출이 관건이다. 더는 실기(失期)하지 않는 2023년을 기대한다.
먹이와 둥지가 단일 공간에서 해결되지 않는 ‘직주분리’의 결과는 매섭다. 탈(脫)지역·향(向)서울의 사회이동은 ‘저밀도·고출산’에서 ‘고밀도·저출산’ 현상으로 이어진다. 지역에 살았다면 출산을 했을 이들도 서울에 오면 포기한다. 실제 2021년 평균 출산율 0.81명은 1위 전남(1.02명)과 꼴찌 서울(0.63명)의 합계다.
‘인구 문제=도농 격차’라면 먹이와 둥지의 공간 격차를 해소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위험 수위를 넘긴 불균형한 지역 현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원인과 이유는 많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사회구조 모두가 인구 변화에 한몫했다. 시대 변화를 못 따라가는 경직된 제도·정책이 엇박자와 부작용을 낳았다. 인구 수급이 뒤틀리고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졌다.
더는 곤란하다. 지방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공간 이동을 줄여줄 안전장치가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취업부터 산업·문화·주거까지 수도권의 경쟁우위와 일극집중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분산과 완화는 강력한 시대 의제가 돼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로컬리즘은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직장, 주거, 상가가 한곳에 있는 직주락(職住樂)의 로컬 토대를 튼튼히 구축하는 접근법이다. 로컬리즘은 난파선처럼 침몰하는 지역 사회를 되살릴 우선적인 실행 과제다. 단 새로운 접근은 필수다. 창의적 재생 모델과 열정적인 협업 체계로 기존의 이름뿐인 균형발전 경로와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많은 관련 사업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간의 사업 결과는 건물·단지 등 공간 조성(하드웨어)부터 제품·서비스 등 재화 공급(소프트웨어)까지 온갖 한계를 여실히 보여 줬다. 지자체의 비전과 협력 체계를 정비한 로컬리즘이 절실하다. 2000년대 이후 중소도시 몰락으로 고전하던 미국과 유럽도 지방정부가 주민 전체와 협의해 로컬리즘에 성공한 바 있다.
다행히 환경은 무르익고 있다. 도농 격차가 심각해지자 중앙정부도 ‘중앙 파워→지역 하방’의 물꼬를 트기 위한 제도 지원에 돌입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2022년 개정),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2023년 시행) 등으로 농산어촌의 복원 토대를 구축했다. 재정 지원도 보강된다. 10년간 10조 원이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투입되는데, 2022년 1년차 대상 89곳이 결정됐다. 올해부터는 고향사랑기부제도 가동된다. 일본의 히트 상품인 ‘후루사토(고향) 납세’를 차용한 제도로, 재정 확충·세제 혜택·답례 시장의 일석삼조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앙집권에서 자치분권으로의 시각 변화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중앙에 종속된 제도·관행이 강고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써 균형발전론이 무색하게 도농 관계는 수도권의 일극집중화와 지방의 한계소멸론으로 귀결됐다. 예산·권한은 물론 산업·인구까지 극단적인 중앙 블랙홀로 비화됐다. 이 때문에 최근 변화의 기운이 더 반갑고 소중하다. 비정상적이고 불균형한 역내 분업과 지역 경제를 되살릴 호기인 까닭이다. 갈수록 자치분권도 거세질 전망이다. 제주(2006년), 세종(2012년), 강원(2022년)에 이어 전북까지 법안 통과를 내걸며 자치행정을 설파하는 등 ‘특별자치’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관건은 실효성 있는 소멸 대응과 성과 창출이다. 하방 결정이 옳다는 강력한 정황증거를 보여줄 때 자치분권은 확대된다. 잘 준비된 경쟁력과 비교우위를 내세워 진정성 넘치는 지역 복원의 결기를 의지·능력으로 보여주는 건 상식이다. 자원은 제한적이고 적자생존은 예외 없다. 무르익은 분위기를 지역 복원의 실천 화두로 풀어내야 한다.
로컬리즘에 표준 모델은 없다. 229개 지자체는 229개 유일무이의 복원 모델로 지역 특화성을 극대화하는 게 좋다. 강점·약점을 재구성한 뒤 복원할 만한 보물을 찾아내 매력적인 구슬로 엮어내는 ‘온리원’ 전략이 필요하다. 아니면 소멸뿐이다. 새는 바가지에 물을 퍼부을 중앙은 없다. 침몰과 부활의 방향 타진은 각 지역에 달렸다. 파도가 일렁일 때 서핑을 하듯 모처럼 만의 변화 흐름을 충분히 활용한 성과 창출이 관건이다. 더는 실기(失期)하지 않는 2023년을 기대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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