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90% 보여주려면 110%를 준비하라

김성현 기자 2023. 1.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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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名조련사로 유명한
서울시향 차기 감독 판 즈베던
내년 취임 앞두고 국내 간담회
<YONHAP PHOTO-2106> 뉴욕필 수장 판 즈베던,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인 야프 판 즈베던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3.1.17 jin90@yna.co.kr/2023-01-17 12:05:34/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네덜란드 이름은 발음이 어렵지요? 그냥 편하게 ‘야프(Jaap)’라고 부르세요.”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5층 연습실. 서울시향 차기 음악 감독인 네덜란드 출신 지휘자 야프 판 즈베던(62)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현재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거장. 서울시향 전 음악 감독인 오스모 벤스케가 최근 낙상 사고로 지휘가 어렵게 되자, 판 즈베던은 흔쾌히 ‘대타 출연’을 자청했다. 지난 12~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올해 서울시향 첫 정기공연에서도 판 즈베던이 지휘봉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악단과의 호흡을 미리 맞춰볼 기회가 됐다.

그는 18세에 네덜란드 명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악장으로 임명됐던 바이올리니스트 출신. 16년간 악장으로 재직하다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초청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악단 리허설을 맡으면서 지휘자로 변신했다. 서울시향 취임 배경을 묻는 질문에 그는 줄리아드 재학 시절 스승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강효(78) 교수와의 인연을 공개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다른 어떤 선생님보다도 많은 영향을 받았고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특히 판 즈베던은 오케스트라 명(名)조련사로 명성이 높다. 그에게 임명장을 준 오세훈 서울시장은 “클래식 음악계의 히딩크 감독”에 비유했다. 실제로 판 즈베던은 홍콩 필하모닉에서도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전곡을 연주 녹음해서 세계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2019년 홍콩 필은 영국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 시상식에서 ‘올해의 오케스트라’에 선정됐다. 판 즈베던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무대에서 90%의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110%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대 위에서 자유를 누리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수라는 걸 일곱 살 적부터 부모님과 선생님께 배웠다”고도 했다.

최근에는 음악계에서도 독재자형·군림형 지휘자보다는 수평적 리더십이 각광받는 추세다. 이에 대해 판 즈베던은 “30여 년간 세계 여러 악단에서 일하면서 단 한 명도 해고한 적이 없다. 단원을 해고하거나 교체하는 것보다는 더 낫게 만드는 것이 지휘자의 임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이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올해 첫 정기연주회에서 지휘하는 모습. (서울시향 제공)

그의 서울시향 정식 임기는 내년부터 5년간. 취임 첫해인 내년에는 최대한 다양한 레퍼토리를 통해서 악단을 탐색하는 기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는 “미래의 오케스트라는 바흐와 모차르트부터 바그너·스트라빈스키와 현대음악까지 다채로운 색채를 내는 카멜레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답게 악단의 색깔을 회화에 비유할 때에도 ‘무거운 렘브란트’와 ‘화려한 반 고흐’처럼 자국(自國) 화가들의 실례를 들었다.

취임 2년 차인 후년부터는 “정재일처럼 재능 있는 한국 젊은 작곡가들을 비롯해서 동시대 작곡가들의 신곡을 30%까지 채워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의 음악 감독인 정재일을 “환상적 작곡가”라고 불렀다. 판 즈베던은 1997년 자폐 아동 가정을 돕기 위한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했다. 실제로 그의 아들도 자폐증을 지니고 있다. 판 즈베던은 “앞으로 매년 한 번씩은 서울시향서도 장애 아동과 가족을 위한 연주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7월과 11월, 12월에도 서울시향을 지휘하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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