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25] 무안 도리포 곱창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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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살았던 산골에서는 설을 앞두고 김을 세찬으로 돌렸다. 당시 김은 효자 수출품이자 차례상에 올리는 귀한 제물이었다. 수출이 어려워지고 김 산업이 침체하자 1990년대 강원에 ‘긴잎 돌김’, 충남에 ‘참김’ 그리고 전남에 ‘잇바디돌김’ 등을 지역 특산물로 발전시키는 활성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김이 수산물을 대표하는 수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은 크게 일반김, 곱창김, 돌김으로 구분한다. 이를 종자로 구분하면 방사무늬김, 잇바디돌김, 모무늬돌김이 있다. 가장 많이 양식하는 방사무늬김이 일반김이며, 잇바디돌김이 곱창김이다. 엽채가 곱창처럼 생긴 곱창김은 전라남도 진도, 해남, 무안, 신안 지역 등에서 양식한다.
곱창김은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양식하며 한두 차례 채취한 후, 일반김을 초봄까지 이어서 양식한다. 김 양식은 수온과 영양염류에 민감하다. 올해처럼 가뭄이 심하거나 고수온이 지속되면 좋은 김을 기대하기 어렵다. 곱창김은 일반김보다 값은 좋지만 생산량이 적고 채취 횟수가 적다. 또 주변에 다른 김을 양식하지 않는 청정 지역이라야 좋은 곱창김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어려운 양식 조건에도 불구하고 곱창김만을 고집스럽게 채취하는 마을이 전라남도 무안군 해제면 도리포다. 이곳은 한때 영산강 4단계 사업으로 매립 위기에 처했던 갯벌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새만금간척의 찬성과 반대 논란 속에 갯벌의 가치가 재인식되면서 도리포 일대를 포함한 영산강 개발 사업이 백지화되었다.
그리고 무안갯벌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안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도리포 곱창김은 갯벌에 기둥을 세우고 김을 매달아 양식하는 지주식 곱창김이다. 곱창김은 거칠지만 식감과 감칠맛이 강해 조미를 하지 않고 구워 먹기 좋다.
도리포는 곱창김만 양식하며 어장을 관리하고 양식 기술을 발전시킨 덕에 일반김처럼 여러 차례 채취한다. 갯벌과 바다를 보호하는 일은 미래 세대의 식량을 준비하는 일이며, 생물다양성으로 지구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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