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잠재력 확보하는 ‘무궁화 계획’ 추진을 제안한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2023. 1.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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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장억제 강화만으로는 물리적 한계 등 단점 극복 어려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해 농축·재처리 제한 풀고 핵연료 확보를
美가 지원한 호주·일본 사례 참조해 원자력잠수함 건조 나서야

새해 첫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탄도미사일 공장을 시찰하는 사진들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들을 김정은과 김주애가 함께 둘러보는 모습들이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들 가운데엔 화성-12형 1단 로켓과 탄두가 각각 무려 25개가량이나 늘어서 있는 장면들도 있었다.

화성-12형 중거리미사일은 북한에서 3500㎞가량 떨어진 미 아·태 전략 요충지 괌이나, 1600㎞가량 떨어진 오키나와 주일 미군 기지들을 충분히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무기다.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공개한 화성-12형 탄두들이 가짜가 아니라면 북한은 적어도 이미 25개가량의 화성-12형 장착 핵탄두를 만들어놨음을 과시한 셈이다. 유사시 괌은 B-1, B-52 미 전략폭격기들이, 오키나와 가데나·후텐마 기지는 미 스텔스기와 정찰기, 해병 원정단이 한반도로 긴급 출동하는 전략 거점이다. 북한은 양산 중인 화성-12형 사진들을 통해 유사시 미 증원군(增援軍)의 한반도 출동을 견제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김정은은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핵탄두 생산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현실적으로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은 어렵겠지만 비핵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렇게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우리 대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미 동맹을 활용한 확장억제 강화, 그리고 우리 독자적인 3축 체계 강화다.

전술핵 재배치, 한국형 또는 나토식 핵 공유는 아직까지 추진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확장억제 강화가 윤석열 정부의 북핵 대책 ‘대표 선수’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도 확장억제 약속을 꼭 지키겠다며 5년 만에 전략폭격기, 원자력 추진 항모 및 잠수함, 스텔스기 등을 한반도에 출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확장억제는 북한의 미 본토 핵 타격 능력이 강화될수록 “서울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을 희생시킬 수 있나”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기상 등에 제한을 받는 물리적 한계도 있다. 지난해 12월 미 F-22 스텔스기가 4년 만에 한반도에 출동, 군산 기지에 착륙했다가 기상 악화가 예상되자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못하고 하루 만에 주일 미군 기지로 복귀하는 일이 있었다.

결국 ‘핵무기에 맞설 수 있는 것은 핵무기뿐이다’라는 대명제를 깰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핵무장이 가장 이상적인 대책이긴 하지만 강행 시 한미 동맹 훼손과 국제사회 제재 등 감내해야 할 손실이 너무 클 수 있다. 그 때문에 일본처럼 언제든지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 확보가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동북아외교안보포럼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안보의 미래, 핵이 답이다’ 세미나에서 최지영 포럼 이사장은 “한미 동맹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핵무기 보유 능력 확보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주도로 통일 전문가, 핵공학자, 예비역 장성 등이 참가하는 ‘한국핵자강전략포럼’이 창립되기도 했다.

그러면 현재 우리의 핵무장 잠재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잠재력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며 6개월이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핵무기 제조엔 농축·재처리 기술, 플루토늄·고농축우라늄 등 핵무기 원료, 무기화하는 핵 기폭(起爆)장치 등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많다. 재처리 기술은 어느정도 갖고 있지만 플루토늄·고농축우라늄, 핵 기폭장치 기술 등은 갖고 있지 않다. 특히 핵 개발은 국가의 민간·군사 기술 역량과 조직, 인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밀어붙이는 사령탑(프로젝트 매니저)이 중요한데 결국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우리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 핵무장론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 해명대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고 당분간은 확장억제 강화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북핵 고도화에 가속이 붙고 있어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전문가 등 학계와 예비역 단체, 정치권, 언론 등 민간 부문 주도로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일종의 ‘한국판 맨해튼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캠페인 명칭은 ‘무궁화 계획’이 좋겠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화이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 비밀 핵 개발을 다룬 김진명 작가의 밀리언셀러 제목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핵무장 잠재력 확보는 농축·재처리 기술과 직결되는데 특히 재처리는 현재 심각한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축·재처리 제한을 풀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용 핵연료(20% 저농축우라늄) 확보 등을 위해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호주에 예외적으로 원자력잠수함 도입을 허용했고,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 참모총장은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일본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해 긍정적인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를 지렛대로 삼아 그동안 미측이 난색을 표명해왔던 원자력잠수함 건조의 물꼬를 튼다면 윤석열 정부의 큰 안보 성과가 될 것이다. ‘무궁화 계획’은 우리의 핵무장 잠재력이 진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과, 원자력잠수함 건조 등을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추진에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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