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장례식이 열리는… 유령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1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이달 독회 추천작은 3권.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김병운) ‘습지 장례법’(신종원) ‘아버지의 해방 일지’(정지아)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싣습니다.
신종원의 ‘습지 장례법’은 유령의 집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책을 펼치면 엽기 장례를 치르는 광경이 격하게 묘사된다. 뭐가 엽기란 말인가? 잘 알다시피 문학에 비유법이란 게 있다. 장미로 미인을 비유하고, 주가 급등을 쇠뿔로 비유한다. 여기에서는 분묘를 늪에 비유했다.
비유는 장식이 아니다. 원본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늪에 비유했더니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난다. 가문의 모든 조상이 저승에 들어가지 못하고 늪에 빠져 죽은 시체로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이다. 온전히 삭지 못한 채로 너덜너덜한 수의와 썩어가는 살점이 질척한 흙탕물을 뚝뚝 흘리며 역한 냄새를 풍긴다.
조상의 위패를 모신 사당은 얼마나 향기로운가? 반면 이 늪지대는 구토를 유발하기만 한다. 뜬금없이 왜 이러나? 조상들이 도솔천을 건너지 못하고 거기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한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 가문을 못 잊어서, 자손들을 가문의 영광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인의 이름은 대개 석 자다. 그런데 그중 두 자는 가문과 그 안의 위계를 가리키는 데 쓰인다. 한 자만 오로지 자기 것이다. 이렇게 한국인은 문벌에 매여 있다. 유독 족보를 따지는 게 한국인이다. 그래서 작가는 가리킨다. 한국인들은 구천에서 우글거리는 유령들에 꼼짝없이 포박되어 있다.
저 옛날 이상(李箱)은 자신의 천재가 개화하지 못한 한 가지 이유로 “혈청의 원가 상환을 요구하”는 가문의 기대를 지목한 적이 있다. 실로 식민지 현실은 조선인들을 일본의 노예로 만든 것만이 아니다. 쇠망한 왕조에 대한 미련을 습성으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정말로 해야 할 것은 개명한 자주독립 국가였는데 말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퇴락한 유습이 우리의 정신을 지배한다. 사색당쟁의 그 더러운 싸움질까지도.
그러나 작가는 할아버지를 사랑한다.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보살폈던 일들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이 처참한 모습을 폭로하는 것이다. 그를 사랑한다면, 고이 보내드려야 한다. 저렇게 구천에서 망령 춤을 추시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이건 한갓 유령의 집일 뿐이야. 놀이공원에 있는 그 가건물이야. 어서 이걸 깨부숴 버리자. 독자여, 망치를 들어라.
☞신종원
2020년 등단해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 등을 썼다. ‘습지 장례법’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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