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창준] IRA, 태양광·의료·바이오 분야서 한국 기업에 유리하다
지난 8월 통과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이 한국의 전기차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많은 해석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IRA에는 반도체, 바이오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세액 혜택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한국 기업들에 유리한 대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
이 법안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꼽히는 한화 큐셀은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이 1위인 업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청정 전력 생산시설에 투자하거나 전기를 생산할 경우 투자 세액 공제와 생산 세액 공제가 각각 509억달러, 112억달러 규모로 제공되는 IRA 규정에 따라 한화 큐셀은 미국 내 태양광 모듈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IRA에는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도 제한 및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특정 약품을 가격 인하 협상 대상으로 지정하거나 의료비를 절감하는 정책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원료의약품(API)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면서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충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미국의 원료의약품의 등록 현황이 인도 48%, 중국 13%, 유럽 22%, 미국 10%, 기타 7% 수준이다. 해외 수입이 90%에 달하는 데다가 생산 비율 또한 20년 전과 비교해 미국이 15%에서 4%까지 감소한 데 반해 중국의 경우는 4%였던 것이 23%까지 크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미래에는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원료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의 장기적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생각이다.
이에 따른 미국의 제재는 모더나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을 각각 한국 내에서 위탁생산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나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기업들에 지금의 상황이 분명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IRA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위탁생산 분야뿐 아니라 제약 시장의 전반적인 동향과 맞물려 간다는 걸 생각할 때 수혜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기업인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IRA의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포나 단백질, 유전자를 활용해 만든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될 경우, 이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출시가 이뤄지는데, 이 유사한 복제약을 바이오시밀러라고 한다. IRA 법안 시행으로 2027년까지 바이오시밀러 처방 이후 환급받는 인센티브가 현행 오리지널 평균 약값 6%에서 8%로 상향될 뿐 아니라 올해 미국에서 항체 의약품들의 특허 만료가 지속될 것으로 예정돼 있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활성화되면 셀트리온의 2024년 예상 순이익이 8314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장 우려의 소리가 높은 전기차에 대한 IRA의 차별적 조항에 대해서도,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이 “IRA의 차별적 조항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전기차와 탈탄소 관련 핵심 기술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국제적으로 IRA의 주요 수혜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 점도 시사할 만하다.
한국의 정계와 재계가 대(對)중국 견제라는 명분 아래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펼치는 미국, 그리고 그에 따른 세계적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적 교역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선의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세계의 어느 국가보다 슬기롭게 극복해온 대한민국이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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