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 연구과제의 학생인건비 사각지대 해소해야

기자 2023. 1.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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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의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학생인건비가 책정될 때 학생의 의견은 얼마나 반영될까?

자율적이고 책임있는 연구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2021년 범부처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되었지만 학생의 처우와 관련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반복적인 실험과 관찰을 학문적 특성으로 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은 연구실에 매일 ‘출퇴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인건비는 급여의 성격이 강하지만, 적정 근무시간과 인건비 책정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송병찬 한국연구재단 연구위원

현재는 정부 기준액(석사 월 180만원, 박사 월 250만원) 이상으로 대학에서 자체 기준액을 정하고, 그 금액 이내에서 연구책임자가 신청한 금액으로 지급된다. 사실상 지도교수의 재량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인건비 용도 외 사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교수에 대한 학생의 인건비 협상력 부족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스 기사(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연구현장에 안착하려면) 등이 보도된 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지난해 학생인건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인건비 실수급액은 월 80만~100만원, 업무시간은 주 50시간 이상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애로사항으로는 ‘나의 기여도 대비 부족한 금전적 보상’ ‘불필요하고 과도한 행정업무’ ‘불충분한 휴식 및 여가시간’ ‘나의 학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연구과업 수행’의 순이었다.

관련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학생연구자 인건비 기준, 15년 만에 상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3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지급액이 기존 정부 기준액에도 못 미치고 있고 사실상 교수의 재량으로 지급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번 조치가 실제 학생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도 학생의 인건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왔다.

2012년 연구비 비목에 학생인건비를 구분하여 명시했다. 2017년 연구 참여 확약에 관한 표준양식을 제정하고, 2021년에는 이를 확대해서 학기 또는 학년 단위로 과제 참여를 확약하게 한 것 등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를 고려했을 때 학생인건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논의와 개선이 요구된다.

첫째, 합리적인 연구실 근무시간과 학생인건비 책정 기준이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 신분인 점도 감안해야 한다. 교수들 역시 35.2%가 학생인건비 편성 시 참고할 수 있는 기준 부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둘째, 연구계획서와 연구참여 확약서 표준양식을 개정해서 학생 스스로가 어느 과제에 얼마나 참여하는지 분명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자신의 인건비가 어떻게 산출되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교수가 인건비의 일정액을 되돌려 달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하기에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구조다. 나아가, 학생을 과제에 참여시킬 때에는 인건비 등의 기본 사항을 사전에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

셋째, 학생인건비 현실화를 위해서는 하한액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 박사과정 정부 기준액이 월 300만원으로 상향된다고 하지만, 해당 금액은 과제 참여도가 100%일 때에 최대로 지급할 수 있는 기준이므로 교수가 참여도를 10%로 정해 월 30만원만 지급해도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월 10만원 미만으로 수급한 학생이 조사대상의 2.7%나 되었다. 기존에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비 관리 매뉴얼’에 학생인건비 하한선에 관한 근거가 명시되어 석사 월 80만원, 박사 월 120만원 이상을 보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혁신법 시행으로 기존 법령이 전면 폐지된 후 현재는 제도 시행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더구나, 연구 인력의 과제 참여 정도(man-month)를 고려한 ‘참여율’ 개념을 해당 인력에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를 기준으로 한 ‘계상률’로 변경하다보니, 그나마 인건비 산출의 근거로 삼고 있던 기준이 없어져 학생들의 인건비 협상력을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

이외에도, 지위에 따른 연구수당 지급액 편중, 인문사회 분야와의 인건비 격차 등 건전한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학생인건비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올해 정부의 R&D 지원 예산이 30조원을 넘었다. 지원 체계를 효율화하는 것 못지않게 지원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세심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송병찬 한국연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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