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이건 ‘맞고’ 이건 ‘틀리다’
고혈압 환자에게 카페인이 든 커피는 금기일까?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간단하다. 심장과 혈관에 업무량(부하)이 4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이다. 1톤 트럭에 4톤의 짐을 싣고 온종일 달리면 어떤 자동차든 버틸 수 없듯 고혈압은 심장에 과도한 압력을 가해 혈액을 펌프질하는 효율을 떨어뜨리고 심장마비‧뇌졸중‧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일으킨다. 또 눈의 혈관을 손상시켜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고, 혈관 벽을 늘어뜨려 동맥류나 말초동맥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제는 고혈압이 우리에게 아주 가까운 질환이라는 점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율은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28%로, 약 1207만명이 고혈압이다. 특히 고혈압의 진단 기준인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이완기혈압 90mmHg 이상에 가까운 ‘주의혈압’과 ‘고혈압 전단계’인 이들을 더하면 그 수는 훨씬 크다.
박상현 대전을지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와의 문답을 통해 고혈압이 일으키는 구체적인 문제와 우리가 흔히 품는 궁금증을 살펴본다.
Q 고혈압이 일으키는 구체적인 영향은?
A 혈압이 높아지면 주요 장기에 혈액을 전달하는 혈관이 손상되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뇌‧눈‧심장‧콩팥 등이 손상될 수 있다. 혈관 손상으로 인해 혈관이 터질 수도 있고, 혈관을 좁아지게 만드는 죽상경화증을 일으켜 혈관을 막을 수도 있다. 결국 고혈압은 뇌출혈이나 뇌경색,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의 발생‧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질환이다.
Q 뒷골 당기는 두통은 고혈압 때문?
A 사실 대개의 고혈압 환자는 혈압 상승과 관련해서 특이한 증상이 없다. 이 때문에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 부르기도 한다. 고혈압에 의해 나타나는 두통은 보통 뒤통수에 나타나며, 잠에서 깨어나는 이른 아침에 잘 발생하고 몇 시간 후에 저절로 사라진다. 따라서 뒷골이 당기는 두통이 나타나면 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
Q. 고혈압 약은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
A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원칙적으로 평생 먹어야 하는 게 맞다. 대부분 약을 중단하면 혈압이 다시 상승하기 때문. 하지만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정상 혈압을 유지하게 된다면 환자에 따라 전문의의 진단 하에 약을 줄이거나 끊어볼 수 있다. 이때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혈압은 언제든지 다시 상승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혈압을 잘 측정하면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Q. 고혈압 약을 오래 먹으면 콩팥 기능이 나빠진다?
A 그렇지 않다. 일부 고혈압 약제가 일시적으로 콩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대부분은 회복된다. 오히려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아 오랫동안 고혈압을 방치하면 콩팥을 손상시켜 만성콩팥병이 발생할 수 있다. 콩팥 기능이 완전히 망가져 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있는데, 당뇨병 다음으로 고혈압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고혈압 약은 오히려 콩팥을 보호한다고도 할 수 있다.
Q.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만 잘해도 고혈압 예방이 가능하다?
A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만 잘 한다고 해서 고혈압을 무조건적으로 예방할 수는 없다. 다만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려면 운동을 해야 하고 체중을 감량해야 하며, 육류보다는 생선을 먹는게 좋고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이러한 식습관이 고혈압 발생을 낮출 수는 있다. 덧붙여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고지혈증은 고혈압과 함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고혈압과 함께 잘 관리하는 것이 좋다.
Q. 고혈압 환자에게 카페인이 든 커피는 금기일까?
A 아니다. 커피 섭취가 단기적으로 혈압을 높이는 것은 확실하나, 장기적으로 혈압을 높게 유지시키거나 고혈압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히려 커피를 적정량 섭취하면 사망률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발표된 식생활 권고안에서도 커피 3~5잔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고혈압 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커피가 건강에 도움을 주지 않나 싶다. 다만 식사 이외의 높은 칼로리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커피에 프림이나 설탕은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를 마실 때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 이룬다면 디카페인 커피를 권장한다.
Q. 고혈압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고혈압은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고혈압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성인이라면 가정에서든 병원에서든 매년 혈압을 측정해 고혈압 여부를 확인하고, 고혈압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임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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