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토요타·스타벅스'를 꿈꾸는 양식 스타트업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 다이이치 원자력발전소 근처에 있는 JR 조반선 나미에역에 가면 주차장 1개 크기의 독특한 형태의 컨테이너박스를 볼 수 있다. 외관상으로 보면 지붕에 큰 태양광 집열판이 2개 자리잡아 냉난방 시설을 갖춘 일반 휴게실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이곳은 다름 아닌 세계 최소형 육상 양식시설이다.
겉면에 영어로 '방주'를 의미하는 'ARK'라는 로고가 크게 쓰여 있는 이 특수장치는 도쿄의 시부야에 위치한 '㈜ARK'가 운영하는 9.99㎡ 크기의 초소형 양식장인데 이곳에서는 현재 바나메이새우(흰다리새우) 수천 마리가 열심히 헤엄치고 있다.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을 확보해야 하지만 해양자원을 보호하고 어업의 지속가능성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나 갖고 있는 숙제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최근 몇 년 새 대두한 게 육상 양식이다. 그러나 규모가 있는 육상 양식은 비용과 높은 기술 진입장벽으로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아 산업화의 길이 아직 먼 상황에서 작은 컨테이너 육상 양식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문제해결에 도전한 이 스타트업은 육지에 바다를 만들어 분권화한 생산을 목표로 하는 '양식의 민주화'를 주창한다.
ARK는 이 장치를 전국에 7개 유닛을 운영하는데 현재 바나메이새우 등 육상 양식업을 시도 중이며 올해 양산을 목표로 한다. 공간 크기가 9.99㎡인 이유는 일본 법상 10㎡ 이상이면 건물로 취급되기에 작은 크기로 쉽게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에는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통신카메라가 장착돼 스마트폰으로 사료를 원격으로 공급하고 탱크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등 인력절감 및 무인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수족관에 쓰레기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메커니즘이 장착돼 탱크의 물을 24시간 순환해 바닷물을 퍼나르지 않고 일반 수돗물을 사용하는 폐쇄순환형 양식기술을 도입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특수용기를 사용해 상시 필요한 전기용량을 0.3㎾로 최소화했는데 이조차도 자체 태양광발전을 이용함으로써 '제로 에너지'를 추구한다. 최근에는 해산물 가공업자나 도매상 등 수산 전문가들의 문의가 많고 해외에서도 문의가 속출한다.
바다에서 잡히는 자연산이 맛있다고 하는 지금까지 생각들이 양식으로 상당한 전환이 있었지만 해수면 양식장은 환경문제에 부딪치고 대안으로 등장한 육상 양식도 대규모 초기투자로 수익을 거두는데 10~20년 이상 걸려 현실성이 매우 낮은 사업이다. 하지만 젊은 엔지니어들이 만든 ARK 컨테이너는 기존 100분의1 정도인 500만엔(4800만원)~1000만엔(9600만원)이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1년 내에 수익까지 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제공한다.
물, 에너지 및 식량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기존 방법은 대규모며 중앙집중화했지만 작고 분산된 방식으로 생산하는 ARK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특별한 노하우 없이도 누구나 물고기를 양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민주적 시스템이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ARK의 목표는 바다를 쉬게 하기 위해 육지에 작은 바다를 만들어 양식업을 혁신하고 수산업을 자동차산업과 동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IoT, DX(디지털전환) 및 하드웨어를 패키지로 결합하는 것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 유사하고 영양의 관점에서 양식에 의해 만들어진 물고기와 관련한 과학분야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하기에 해산물업계의 토요타자동차를 꿈꾼다고 한다.
또한 식당에서 필요한 생선을 직접 조달하는 '상점생산'이 실현되면 전세계에 3만5000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와 같이 글로벌 규모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 배경으로는 코로나 팬데믹 때 드러난 중앙집중화한 공급망의 폐해였고 코로나 이후에는 분산된 양식 솔루션이 계속 강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양식의 민주화'를 슬로건으로 당당히 수산업에 뛰어든 이 무모한 젊은 기업의 '방주'가 세계 구석구석 보였으면 좋겠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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