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정치제도 변경? 적대정치 반성이 먼저다

2023. 1. 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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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중임제, 대통령에 권력 집중
결선투표제, 2~3위 야합할 수도
중대선거구제, 지역 분열 심화
정치 갈등, 제도만으론 해결 안돼
타협·공존의 노력이 선행돼야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띄운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화답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을 제안했다.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국민 소환제’ 도입을 추가 개헌 사항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제도를 바꿔 정치가 나아진다면 한국 정치는 진작 세계 최고 수준이 됐어야 한다. 결국 제도는 운용의 문제다.

예를 들어 정치권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유권자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다당제로 바꾸겠다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당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었다. 복잡한 수학공식까지 동원하는 선거제 개혁을 호기 있게 밀어붙였다. 결과는 어땠는가? 여야가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대표용 꼼수 정당을 창당하며 정의당은 6석으로 쪼그라들었고 생존까지 위협받게 됐다. 반면 177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절대과반’이라며 독주했다. 당초 예상과는 반대로 양당제가 심화됐고, 거대 1당 독주라는 개악을 만들어 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제안한 “이미 수명을 다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 정치 실현과 국정 연속성을 제고”하는 헌법 개정은 신중해야 한다. 사실 4년 중임제는 8년 집권이 가능한 대통령으로 권력이 초집중되는 문제점이 있다.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포퓰리즘성 재정 지출을 마구 늘리고 행정력을 동원하는 등 선거 승리를 위해 온갖 부정부패를 자행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우리 정치에서 경험한 바다. 재임 대통령이 누릴 ‘국정 연속성’을 강조하지만 5년 내에 이루지 못한 일을 8년 동안 계속하는 것이 장점이라는 논리는 해괴하다. 5년 국정도 지겨운데 8년 국정 파행은 견디기 힘든 국민 스트레스다. 많은 정치학자가 지적하듯 5년 단임제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소중한 전통이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좋은 제도다. 과반의 국민 지지율로 굳건한 행정 추진이 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언급한 ‘연합 정치와 정책연대’는 이루기 어렵지 싶다. 결선투표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에서 과반 지지율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대결구도 때문이지 결선투표가 없어서가 아니다. 다자 대결구도에서는 과반 지지율 대통령이 나오기 힘들지만 양자 구도에서는 지지율 50% 대통령도 가능하다. 일례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51.6%의 과반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러나 결선투표를 도입, 결선에서 2위와 3위가 야합해 1위를 누른다면 이는 민의 왜곡이다. 다음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의 후원을 약속받는 대가로 맺는 연대는 부패(腐敗)에 기반한 야합이지 ‘정책 연대의 제도적 보장’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야합으로 결선에서 순위가 뒤집힐 경우 1위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이 대선 불복 투쟁에 나설 것이고 결국 나라는 혼돈에 빠질 것이다. 이를 감수하면서도 도입해야 할 제도인지 의문이다.

‘국회 총리 추천제’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회 총리 추천제’란 현실에선 국회의 총리 임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에서 추천한 인물 가운데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므로 1인을 추천하든 2인을 추천하든 결국 총리를 의회의 다수당이 결정하는 제도다. 이렇게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게 되면 더는 대통령제라고 부르기 힘들다. 이원정부제나 내각제 전 단계로의 권력구조 전환이다. 현행 헌법을 준용한다면 총리가 국무위원 추천권을 가지는데, 대통령이 장관 임명조차 국회 다수당이 결정한 총리에 따라야 하는 것으로 내각제에 근접하게 된다. 만약 대통령이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거부하는 경우 초래될 정국 혼란과 대통령과 국회 추천 총리 사이 책임의 불명확함은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 도입 역시 ‘표의 등가성’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역 분열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다당제로의 전환도 담보하기 어렵다.

이렇게 극한 대결 정치나 지역 분열을 제도를 바꾸면 해결될 것으로 보는 제도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역사는 인간이 만든다. 정치 역시 인간이 하는 것으로 정치의 핵심에 인간이 있다. 타협과 공존을 위한 노력이 제도 변경의 조건이 돼야 한다. 정치권이 제도 탓보다 선악 대결 정치를 반성하고 개선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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