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구절벽과 로봇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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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출생률을 회복시켜보겠다고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그 예산, 신기루처럼 증발해버렸고 약발은 안 먹혔다.
온 국민이 느닷없는 대오각성 끝에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20년 뒤에나 노동시장에 기별이 올 텐데, 아무리 봐도 그 대오각성이란 걸 할 이유가 안 보인다.
또 다른 대안은 로봇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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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출생률을 회복시켜보겠다고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그 예산, 신기루처럼 증발해버렸고 약발은 안 먹혔다. 온 국민이 느닷없는 대오각성 끝에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20년 뒤에나 노동시장에 기별이 올 텐데, 아무리 봐도 그 대오각성이란 걸 할 이유가 안 보인다. 결국 ‘일할 사람 부족한 세상’은 결정된 미래가 됐다.
왜 아이를 안 낳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것도 있다. 야생에선 멀쩡하던 녀석들도 동물원에 가두면 새끼를 잘 안 낳는다. 본능적으로 여럿이 살기에 좁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란다. 인간이라고 그런 본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복작거리는 도시는 농촌보다 출생률이 더 낮다. 인터넷에 나온 데이터로 얼추 계산해봐도 국토의 ㎢당 인구는 미국 34명, 중국 150명, 일본 333명, 한국 516명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 사실 우리는 진짜 비좁게 살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일본보다 두 배는 노력해야 비슷한 성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본능만 고려하면 이리 좁은 데서 애 낳을 용기, 진짜 쉽지 않다. 게다가 수도권에 절반이 모여서 와글와글하는 상황엔 대략 기대 난망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출생과 육아 친화적인 사회 만들기는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 다만 일할 사람이 없는 ‘결정된 미래’에 대한 대비도 같이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히 참고할 사례가 있다. 우리보다 먼저지만 천천히 멀리까지 가버린 일본을 연구해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 일본은 일할 사람 부족으로 경제가 시들해진 지 오래다. 이민청 신설이 이슈가 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단군의 자손이고 단일민족이라고 가르쳐 놨으니 난민 이슈만 나와도 국민이 발끈한다. 게다가 정말 좋은 인재는 미국으로 가지 여기 안 온다. 정서상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또 다른 대안은 로봇에 있다. 이젠 호랑이든 곰이든 로봇이든 잡아 와 마늘과 쑥을 먹여 사람 비슷하게 만들어야 할 판이다. 얼마 전까지 로봇이 일자리를 잡아먹는다고 로봇에 소득세를 물리자고 했는데 사실 일할 사람이 증발하는데 로봇 기술에 양육비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닐까. 이 좁은 땅에 5000만 명이 넘게 사는 게 그리 쾌적하지는 않은데 우리가 정말 하기 싫은 일부터 대신해줄 로봇을 개발해서 쾌적함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로봇에 엄청난 투자를 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최근 결정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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