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95) 왔는데요, 안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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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통신사 사진기자 10년차.
그날도 어김없이 코엑스에서 열리는 박람회 취재를 위해 기자실을 나서는데 통로에 어느 기업의 면접장소 안내 직원이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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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통신사 사진기자 10년차. 이제는 중요한 사건이 있는 현장에서의 실수 따위는 허락되지 않고, 스케치 위주의 단순한 현장에선 알아서 척척, 플러스 알파까지 해내는 그런 연차입니다.
그러다가 최근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 ‘알아서 척척’ 하는 현장에서의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졌습니다. ‘번아웃’이 온 겁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 rome)’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 불안감, 우울감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코엑스에서 열리는 박람회 취재를 위해 기자실을 나서는데 통로에 어느 기업의 면접장소 안내 직원이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커피를 옆에 내려두고 고개는 삐딱하게 기울인 채 말이죠. 어둠 속에서 데칼코마니처럼 벽에 비친 그의 모습이 왠지 나와 닮아보였습니다.
며칠 밤낮을 괴롭혔던 그 불청객은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없어졌습니다. 그냥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손님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자, 번아웃은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어, 왔구나. 그래, 왔으니 적당히 머물렀다가 알아서 가거라.’
아주 없어진 게 아니라 잠시 곁을 떠났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언젠가 또 개구쟁이 손님이 찾아오면 머릿속에 자그만 사랑채를 내어줄 생각입니다. 반드시 떠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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