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두목, 도피 중에도 호화생활…은신처서 향수·명품옷
수사관 "데나로, 평상시처럼 지내…슈퍼마켓에도 갔다"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30년 도피 행각 끝에 검거된 이탈리아 시칠리아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의 두목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60)가 도피 중에도 호화로운 생활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군·경찰과 팔레르모 검찰청 수사관이 17일(현지시간) 데나로의 마지막 은신처를 찾아냈다고 '라 레푸블리카',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1993년 6월 도피를 시작해 지명수배자로 살아온 데나로는 전날 오전 시칠리아섬의 주도인 팔레르모의 한 사설 클리닉에서 체포됐다. 군·경찰은 서둘러 은신처 파악에 나섰고, 데나로를 검거한 지 24시간도 안 돼 은신처를 찾아냈다.
놀랍게도 데나로의 은신처는 시칠리아섬의 서쪽 끝 트라나피 지역의 중심부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트라파니는 데나로가 태어난 곳이자 도피 생활 전에 그의 활동 거점이었다.
데나로는 역대 가장 악명 높은 마피아 수괴로 꼽히는 '토토' 살바토레 리이나가 1993년 체포됐을 때 리이나의 자료를 은닉해 그동안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마피아 두목을 검거하고도 은신처 파악에 시간이 걸려 결정적인 증거물 확보에 실패했던 군·경찰은 이에 데나로 은신처를 찾는 데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촌각을 다퉈가며 확인에 나섰다.
군·경찰은 데나로가 오랫동안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2층짜리 주택을 장시간 압수 수색을 했다.
군·경찰은 이곳에서 어떤 자료를 확보했는지 밝히지 않았으나 데나로의 지문과 함께 고급 향수, 유명 디자이너 의류·신발, 세련된 가구 등이 발견됐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또한 냉장고에는 음식이 가득했고, 레스토랑 영수증, 성 기능 강화제, 콘돔도 발견됐다.
현지 언론들은 명품 사랑으로 유명한 데나로가 도피 생활 중에도 호화로운 삶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데나로는 체포될 당시에도 양가죽 코트와 3만5천 유로(약 4천700만원) 상당의 고급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수사관은 "그(데나로)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냈다. 슈퍼마켓에도 갔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은 데나로를 친절한 사람이라고 했다. 데나로의 은신처 주택의 1층 주민은 "마주칠 때 인사하면 그는 친절하게 답례했다"고 전했다.
군·경찰은 데나로와 함께 그의 운전사 조반니 루피노, 그를 치료한 의사 알폰소 툼바렐로도 함께 체포했다.
데나로는 '안드레아 보나페데'라는 가명을 이용해 툼바렐로에게 치료를 받아왔는데, 툼바렐로의 조수 중 한 명의 이름이 바로 안드레아 보나페데였다.
데나로는 또한 이 이름으로 은신처 주택을 계약했다.
이탈리아 군·경찰의 파스칼레 안젤로산토 대장은 "우리는 이 집이 데나로가 마지막 도피 기간, 수년간 거주한 집이라고 믿는다"며 "중요한 범죄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데나로는 1992년 마피아 단속을 주도했던 조반니 팔코네 검사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판사 살해 사건 및 1993년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라노·로마·피렌체 폭탄 테러 사건, 같은 해 전 마피아 조직원의 증언을 막기 위해 그의 12살 아들을 납치해 2년 넘게 감금한 뒤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 등 수많은 범죄 혐의를 받으며 1993년부터 일급 수배범 명단에 올랐다.
"내가 죽인 시체만 모아도 공동묘지 하나는 만들 수 있다"며 주장했던 데나로는 궐석 재판으로 이미 종신형이 선고된 상태다.
데나로는 현재 이탈리아 중부의 라퀼라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보안 수준이 높은 감옥 시설인 라퀼라 교도소는 암 치료 센터까지 갖추고 있어 1년 전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데나로를 이곳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르모 검찰은 데나로가 암 치료를 받는 상태지만 교도소에서 충분히 복역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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