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쌀딩크…함께한 5년, 박항서도 베트남도 행복했다

윤은용 기자 2023. 1. 1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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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 태국에 0 대 1 패…준우승 거두며 뜨겁게 안녕
2018 스즈키컵 우승 등 업적…“의무실서 쌓은 추억들 기억 남을 것”
거취 관련 “훌륭한 후배 많아…한국·베트남 지도자·행정가 안 해”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년 12월 열린 스즈키컵 결승전에서 말레이시아를 꺾고 우을 차지한 뒤 베트남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하노이 | AFP연합뉴스

화면을 통해 비친 박항서 감독의 얼굴은 평온했다. 베트남과 5년여의 길었던 동행을 마무리한 그는 베트남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제 야인으로 돌아선 박 감독의 거취가 축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박항서 감독은 17일 국내 취재진과 비대면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제 마지막 동행을 마쳤다. (미쓰비시컵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별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살다 보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전날 열린 태국과의 2022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0-1로 패해 1·2차전 합계 2-3으로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이 대회를 끝으로 물러나는 박 감독을 위해 베트남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2017년 10월 박 감독 부임 후 5년여 동안 큰 발전을 이뤘다.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2018년), 베트남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 진출(2018년),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우승(2019년),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2021년) 등 많은 업적을 만들어냈다. 박 감독이 부임 당시 약속했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 내 진입(96위)도 달성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한국의 4강 신화에 힘을 보탰지만 이후 국내에서 감독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던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쓰며 화려한 꽃을 피웠다.

박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선수들이다. 운동장에서 나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무실에서 같이 뒹굴고 했던 그 순간들이 앞으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박 감독은 유소년 육성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단, 한국이 아닌 베트남 한정이었다. 그는 “한국에는 학원 스포츠와 유소년 아카데미가 많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역량이 될지 모르겠다. 한국이 싫은 건 아닌데, 지금 베트남은 한국보다 그런 부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유소년 축구와 관련된 제안들이 오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도자와 행정가의 길에 대해서는 베트남과 한국, 양쪽 모두에서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는 대표팀 감독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다른 현장 감독을 맡을 생각이 없고, 한국은 나보다 훌륭한 후배들과 동료들이 많은 데다 5년을 떠나 있었기에 (K리그에 대한) 현장감도 떨어진다”고 했다. 행정가의 길에 대해서도 “해외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데 내가 외국에서 행정가를 할 수 있겠나. 국내에서도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 같은 곳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난 행정 능력도 없다. 날 받아주지도 않겠지만 나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다른 아시아 국가 대표팀에서의 감독직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마침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본선 진출국이 48개팀으로 늘어나면서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티켓도 크게 늘어났다. 박 감독은 “월드컵을 경험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개최국 카타르가 잘 보여줬다”며 “내가 부족하지만, 그런 팀에서 불러준다면 한번 생각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베트남 축구 ‘박항서호’가 걸어온 길

2017년 10월 베트남 대표팀·U-23 감독 부임
2018년 1월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년 8월 자카르타·팔렘방 AG 4위(베트남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

2018년 12월 AFF 스즈키컵 우승
2019년 1월 2019 AFC 아시안컵 8강(최초), FIFA 랭킹 100위권 내 진입
2019년 6월 킹스컵 준우승
2019년 12월 2019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
2021년 6월 카타르WC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베트남 사상 최초)
2021년 12월 2020 스즈키컵 4강
2022년 2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 3-0 승(첫 최종예선 승리)
2022년 5월 2021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
2023년 1월 2022 미쓰비시컵 준우승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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