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묘’, 현충원에 복원 길 열린다
유해를 찾지 못한 순국선열의 위패를 배우자의 유골과 함께 묘에 안장할 수 있도록 국립묘지법 개정이 추진된다. 서울현충원에 위패로 봉안되어 있는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1962년 독립장)의 묘 복원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17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정부는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의 위패를 배우자의 유골과 함께 국립묘지에 합장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현재는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는 이름을 석판 등에 기록해 보관하거나(위패 봉안), 영정이나 위패를 배우자 유골과 함께 봉안시설에만 안치할 수 있다.
국권 침탈 시기에 국외 독립운동 지역에서 눈을 감거나 일제의 은폐 등으로 유골이나 시신을 찾기 어려운 애국지사가 많다. 예우 강화 차원에서 묘에도 안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해주 독립운동 대부’, ‘한국의 체 게바라’ 등으로 불린 독립유공자 최재형 선생도 배우자의 유골과 함께 국립묘지에 조성된 묘에 안정될 수 있게 된다.
함경도 태생의 최재형은 9세 때 부모를 따라 시베리아 연해주로 이주해 군납상인으로 재산을 크게 모은 뒤 언론·교육사업을 통해 계몽운동을 펼쳤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비롯한 항일무장운동을 배후 지원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재무총장으로 선출됐으며 같은 해 11월 블라디보스토크에 독립단을 조직하고 단장으로서 무력 항쟁을 주도했다. 이듬해 4월 일본군의 총격을 받고 순국했으나 현재까지 선생의 유해를 찾지 못했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선생의 묘는 지난 1970년 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조성됐다. 그러나 러시아에 생존한 선생의 후손에 의해 안장된 시신은 최 선생이 아닌 엉뚱한 사람이고 ‘가짜 유족’이 후손을 자처하며 보상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서울현충원에는 선생 부부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앞으로도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몸 바친 순국선열을 한 분도 소홀함 없이 예우하는 일류 보훈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순국선열의 뜻과 정신을 언제나 기억하고 계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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