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UAE의 적은 이란” 발언 파장… 野 “해외만 나가면 물가 내놓은 아이처럼”

대통령실 “아크 부대 장병들에게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서 하신 발언”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야권은 “해외만 나가면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해야겠느냐”고 맹공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과 만나 “UAE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한 발언을 꼬집으며, “윤 대통령이 말 한마디로 협력국인 이란을 졸지에 적국으로 바꿨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한 뒤, “국제관계를 적군 또는 아군으로 접근하는 이분법적 외교인식은 외교안보와 국가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해외에만 나가면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해서야 되겠나”라며 “실용적 국익외교 관점으로 대통령은 언행을 무겁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 ‘윤석열 정권 외교참사·거짓말대책위원회’도 전날 성명서를 내고 “국군 통수권자로서 해외에서 고생하는 장병을 격려하는 차원을 넘어 이란을 대한민국의 적으로 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매우 위험천만한 발언”이라며 “UAE와 군사협력 차원의 파병을 넘어 함께 전쟁이라도 치르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현지에 파병된 국군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한국·이란 관계는 여전히 돈독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 아부다비 프레스센터에서 “우리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역시 이날 출입기자단에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의 말씀이었다”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외교부는 “우리나라는 1962년 수교 이래 이란과 오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왔다”며 “이란과의 지속적인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외무부는 16일 홈페이지에 관영통신 IRNA 기사 형식으로 올린 성명에서 자국과 이웃인 UAE와 관계에 대해 ‘참견’한 최근 한국 대통령 발언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