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분양시장 바로미터 ‘둔촌 주공’…계약률 60%, 기대 이하

류인하 기자 2023. 1. 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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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부동산 규제완화에도…고금리·고분양가 논란에 ‘굴욕’
59㎡·84㎡만 70% 넘겨…업계선 “사업비 조달엔 문제없을 듯”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 연합뉴스

올해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이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둔촌주공 살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가 지난 3일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를 단행했지만 당첨자들은 대출금리 부담과 고분양가 논란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계약률은 60% 수준에 그쳤다. 다른 평형에 비해 선호도가 높고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았던 59㎡·84㎡는 계약률 70%를 넘겼지만, 나머지 소형평형(29㎡·39㎡·49㎡)의 계약률이 저조해 전체 계약률이 예상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와 둔촌주공 조합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1·3대책으로 중도금 대출보증 상한기준을 폐지하면서 분양가 12억원을 넘긴 84㎡ 당첨자들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길이 열렸지만, 대출금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분양공고에 따르면 84㎡A~H 주택유형의 분양가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 선이다. 거실확장비 등이 유료옵션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 당첨자들이 부담하는 자금은 14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되면서 둔촌주공 재건축 분양가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도 낮은 계약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집값 상승기였던 2~3년 전까지만 해도 둔촌주공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대 후반만 되면 무난하게 완판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집값이 급락하면서 불과 1년 새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15억9000만원에 하락 거래되는 등 주요 비교 단지들의 하락세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헬리오시티 84㎡의 현재 호가는 18억원선이다.

정당계약이 마무리됨에 따라 둔촌주공은 예비당첨자 계약 및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조합은 정부가 무순위청약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만큼 ‘줍줍’을 통한 물량 해소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1·3대책으로 지역요건이 폐지됐으며, 유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하다.

기대이하의 성적표에도 조합은 향후 분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급한 불이었던 사업비 상환 문제가 이미 해결됐기 때문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기대보다 저조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청약통장을 잘 안 쓰는 작은 평형대는 선착순으로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시공사업단은 지난해 10월 연 12% 고금리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전자단기사채(ABSTB) 방식으로 사업비 7231억원을 조달했다. 사업단은 또 최근 만기를 앞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보증을 받아 국내 시중은행 5곳을 통해 7500억원을 조달받았다. 이에 따라 일반계약률과 관계없이 기존 대출을 상환할 수 있게 됐다. 금리도 CD금리(3.97%)에 고정금리 2.5%, 은행 및 HUG보증수수료 등을 포함해 7.6~7.7%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 만기는 준공시점인 2025년 1월 이후 잔금이 들어오는 입주기간 3개월을 더한 2025년 4월까지로 당분간 여유가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으로 봤을 때 계약률 60%만 넘으면 사업비 조달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본다”며 “둔촌도 예상보다는 낮은 계약률이지만 앞으로 공사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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