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데이터센터 86%가 수도권에…전력 과부하는 어쩌나
365일 24시간 가동 ‘전기 먹는 하마’
향후 6년간 637곳 중 550곳 몰려
64곳만 적시 공급 예상 ‘혼잡 우려’
기업 “수요 업체, 수도권이 압도적”
지자체 “분산 위해 정부서 나서야”
정부, 기업 의사 개입 한계에 ‘골치’
디지털경제의 핵심축인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9년까지 추가로 지어질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서울·경기·인천에 몰려있다.
그러나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 같은 추세로 지속되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지역 분산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을 선호하는 민간 기업의 입지 선정에 개입할 방도가 없어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전국에 구축된 데이터센터 중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 안양시의 경우 축구장 12배 크기의 데이터센터가 설치돼 있는데, 추가로 4곳의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2029년까지 신설 계획인 데이터센터 637곳 가운데 550곳(86.3%)이 서울·경기·인천에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에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아직 통보하지 않은 ‘숨은 수요’까지 감안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전력 공급이다. 데이터센터는 1년 365일 24시간 서버와 스토리지를 가동한다. 내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사용량이 클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 1곳의 평균 연간 전력사용량은 25GWh로, 4인 가구 6000가구 사용량과 맞먹는다. 2022년 9월 기준 국내에 운영 중인 147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시간당 1762㎿로, 최대 전력 부하 대비 1.9% 수준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전력 사용을 신청한 데이터센터 550곳 가운데 64곳만 적시에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송·배전망 추가 건설 부담과 전력계통 혼잡 유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력사용 협의 시 입지 계획에 대해 조정·보완을 요구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계획대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진행되려면 정부 차원에서 전력 공급을 뒷받침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은 현실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편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수도권보다 사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데이터센터는 포털사이트, 온라인 쇼핑몰, 게임업체 등 인터넷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 필수적인 기반시설로 수요 업체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또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신산업과 연계해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빠른 응답을 요구하는 저지연 서비스의 수요처와 가까운 곳에 있어야 데이터센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부르는 게 값’인 정보기술(IT) 전문인력 조달도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는 이유다. 시장의 IT 인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시설이 비수도권에 있으면 우수한 인재들의 외면을 받기 쉽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1곳당 기술 개발, 시설 운영, 유지보수 등에 최소 수백명이 필요하다.
IT업계 관계자는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등 사고 대응에 필요한 인력을 신속하게 투입하기 위해서라도 교통·통신 인프라가 월등한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시설 유치를 반기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하다. 데이터센터 1곳을 짓는 데 보통 5000억원 가까이 투입된다. 관내 기업으로부터 자재 등을 공급받아 시설을 구축하고, 건설 과정에 고용 인원도 1만명 이상 발생한다. 수도권 쏠림 속 비수도권 지자체는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역에 데이터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방 대학의 관련 학과도 육성해 인력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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