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몽니에…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제자리
나토 회원국 중 튀르키예 비준만 남아…“6월 전 가입 난망”
“‘테러리스트’ 130명을 넘겨주지 않으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절대 승인해주지 않겠다.”
70여년간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고수해 온 스웨덴과 핀란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나토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한 지 8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몽니’로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에도 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며 스웨덴과 핀란드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튀르키예는 송환을 요구하는 ‘테러리스트’들이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 혁명민족해방전선(DHKP-C) 등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명단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인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자들은 물론 튀르키예 정부의 쿠르드족 탄압을 비판한 언론인이나 작가, 시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달 튀르키예는 스웨덴에 자국의 망명 언론인인 뷜렌트 케네스 송환을 요구했는데, 스웨덴 대법원이 범죄인 인도 불가 판결을 내리며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튀르키예는 케네스가 2016년 귈렌의 쿠데타 시도에 가담한 인물이라고 주장하나 스웨덴은 “송환 여부 결정은 스웨덴 법에 따라 처리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인근에 에르도안 대통령 모습을 한 인형이 거꾸로 매달린 장면이 트위터에 퍼졌다. 이는 쿠르드족과 연대를 표방하는 스웨덴 인권단체의 퍼포먼스였지만, 튀르키예 측은 PKK가 배후에 있다고 의심하며 수사를 개시했다.
튀르키예는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나토 가입 절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자국 주재 스웨덴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안드레아스 노를렌 스웨덴 국회의장이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하려던 계획도 취소시켰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는 나토 가입에 대한 사보타주(방해)다. 이런 식의 행동은 스웨덴 안보에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국회의장은 이날 “양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이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공동 입장을 밝혔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위해선 기존 30개 회원국 전원의 의회 비준을 얻어야 한다. 헝가리가 올해 초 비준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재 튀르키예만 남은 상황이다. 튀르키예와 스웨덴·핀란드는 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국내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6월까지도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튀르키예 대선과 총선은 당초 6월 예정이었으나 5월로 앞당긴다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이브라힘 칼른 튀르키예 대통령궁 대변인은 최근 “선거 전 의회가 멈춘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웨덴과 핀란드가 6월 이전 나토에 가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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