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인데…대구 시장 임시점포서 ‘안간힘’
주차장서 짐 보관·경매 진행
시 “다음달 피해 건물 철거”
“그래도 힘내야지 우야능교(어쩌겠어요).”
지난 16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A동 임시 경매장. 한 50대 상인이 자신의 키만큼 쌓인 물건 상자들 사이를 오가며 이렇게 말했다.
거래처에서 주문한 배·감귤·사과·포도·단감 상자들을 분류해 놓은 창고이자 경매까지 이뤄지는 이곳은 과거 주차장으로 쓰였던 공간이다. 임시 점포 밖에는 화재로 뼈대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원래 시장 건물이 위태롭게 서 있었다.
대구농수산시장은 지난해 10월 큰불이 나면서 농산 A동 점포 152개 중 69개(45.4%)가 소실됐다. 피해 면적은 8000여㎡에 이른다.
일상회복 후 처음 맞는 설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상화는 아직 요원하다. 대목을 맞은 상인들은 모처럼 활기를 띤 모습이었지만 임시 점포는 불편한 점이 많다. 화재 이후 몽골식 텐트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상인들은 지난달부터 대구시가 마련한 임시 점포 69곳으로 자리를 옮겨 당장 추위는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차량 진입이 어렵고 물건 적재공간은 부족하다. 배수 등에도 문제가 있다.
27년차 장사꾼인 홍연근씨(64)는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임시 점포로) 차량 진입이 안 돼 고객들이 시장을 덜 찾는다”며 “매출이 예년의 3분의 2 수준”이라고 말했다.
12년째 과일 도매상을 운영하다 화재로 가게를 잃은 B씨는 “물건 보관 공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최근 비가 비렸는데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임시 경매장으로 쓰는 곳에 쌓아둔 과일 상자가 대부분 젖어서 상인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이번 화재로 약 1억8000만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대구시는설 명절을 앞두고 농수산시장 거래가 2021년 대비 약 94%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재해구호기금 조건에 맞는 상인 52명에게는 200만원씩 지급됐다. 피해 성금으로 모인 3억2000만원도 유통 종사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대구시는 이르면 다음달쯤 불이 난 건물 철거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구조 보강 및 재건축 공사를 마치면 내년 9월쯤 다시 시장의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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