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도 어쩔 수가 없다, 제주 ‘토끼떼들’
시 “환경보호 위해 모두 포획”…‘인간의 무책임’ 나쁜 사례
제주시 도심인 건입동에 위치한 사라봉. 접근성이 좋아 많은 시민들이 운동과 산책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시민들이 정상에 오른 후 몸을 풀고 있으면 그 사이로 귀를 쫑긋 세운 토끼들이 껑충 뛰어다닌다. 정상부 비탈진 곳 돌 틈이나 나무 뒤에서 튀어나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토끼들은 검은색, 하얀색 바탕에 얼룩무늬, 회색 등 무늬와 색도 다양하다.
검은토끼의 해 ‘계묘년’에 제주시가 사라봉 정상에 서식하는 토끼 수십마리에 대한 대대적인 포획에 나섰다. 원래 사라봉은 토끼의 서식지가 아닌 데다 최근 개체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제주시는 이달 초 사라봉 정상에 서식하고 있는 토끼 포획에 나선 데 이어 올해 수시로 토끼 포획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토끼는 현재 사라봉 정상부에서 주로 발견된다. 문제는 원래 사라봉 그 어디에서도 토끼가 서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상에서 토끼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이다. 토끼 품종은 제주시가 전문가와 함께 조사한 결과 굴토끼로 확인됐다. 가축화돼 세계에서 널리 기르고 있는 집토끼의 일종이다.
굴토끼는 연간 5차례 이상 번식을 하고, 단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실제 토끼는 사라봉에서 지난해 개체수가 크게 늘어 40마리가 넘었던 것으로 제주시는 추정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사라봉 토끼는 우리나라 자연에서 뛰어노는 고유종이 아닌 굴토끼로, 누군가 키우던 토끼를 여러 차례 유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토끼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포획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래 서식지가 아닌 곳에 자리 잡은 많은 수의 토끼로 인해 생태계 교란, 환경훼손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끼가 증가하면 이를 먹이로 하는 들개와 고양이, 족제비 등도 사라봉으로 유입되는 등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시는 또 굴토끼는 굴을 파는 습성이 있어 송이(스코리아)로 이뤄진 사라봉의 침식이 가속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제주시는 이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토끼 10여마리를 포획했다. 올해는 모두 잡을 때까지 포획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포획한 토끼는 원하는 이들에게 분양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일부 시민들은 귀엽고 사람을 해치지 않는 토끼를 굳이 포획할 필요가 있냐며 아쉬워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이대로 뒀다가는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라봉 토끼는 누군가가 무책임하게 동물을 유기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나쁜 사례”라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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