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송된 김성태 “이재명 모른다” 쌍방울 전 간부 “가까운 관계”
취재진 질문에 “다 밝혀질 것”…검찰 이르면 18일 영장 청구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선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돼 17일 압송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배임·횡령을 비롯해 변호사비 대납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르면 18일 늦은 오후쯤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회장은 전날인 16일 방콕 사톤 이민국 외국인수용소에서 나와 같은 날 오후 10시쯤 방콕 수완나품공항에 도착했다. 호송을 위해 한국에서 온 검찰 수사관들이 방콕 공항에서 그를 인계받아 비행기 탑승 직후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김 전 회장이 탄 비행기는 17일 오전 8시2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혹은 이 대표 측근 누구와도 접촉한 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저 때문에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상처받았다”면서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취재진이 질문을 이어갔지만, 그는 일부만 답변하고 대부분 답하지 않았다. 그는 입국 수속 등을 거쳐 오전 9시10분쯤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빠져나갔다. 김 전 회장을 태운 호송차는 오후 10시46분쯤 수원지검에 도착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곧바로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전환사채 관련 허위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변호사비 대납, 대북 송금 의혹 등 쌍방울그룹과 관련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편법 발행과 유통 등으로 부당하게 챙긴 이익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이 대표는 의혹과 관련해 “김성태라는 분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쌍방울 전 비서실장 A씨는 “‘김성태 회장, 방용철 부회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 전 부지사가 다 가까운 관계였던 게 맞나’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변했는데 맞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전 회장 신병을 확보하면서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이 대표 관련 의혹은 쌍방울그룹의 변호사비 대납·대북 송금, 성남FC 후원금,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쌍방울그룹은 4500억원 배임·횡령,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 허위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대북 송금 의혹,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뇌물공여, 변호사비 대납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에 돌입하면서 조만간 유의미한 진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쌍방울 관련 의혹 중 이 대표와 연관된 것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이 전 부지사 뇌물공여, 대북 송금 등이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한다면 이 대표에게 추가 소환 통보를 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관내 기업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 10일 이 대표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등 혐의로 한 차례 소환 조사했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 아내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수사도 이어나가고 있다. 앞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 김씨의 측근 배모씨 공판이 진행 중이다.
박준철·김태희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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