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해법’ 시민 분노 거세진다
“정부 빈털터리 무능 외교”
피해 할머니 서훈 취소에
곳곳 “나도 인권상 반납”
“일제 전범 기업 책임을 면책시키는 매국·굴욕 외교를 당장 중단하라.”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금을 제3자인 한국 기업들로부터 변제받는 내용의 구상안을 발표한 데 대해 광주지역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광주지역의 60개 시민사회단체는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해법이라고 정부가 내놓은 구상안은 해괴망측한 매국이고 망국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동원 해법 논의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제3자의 변제가 가능하다”며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구상안은 국내 기업의 기부금을 모아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부 협상이 얼마나 속 빈 강정이고 빈털터리 무능 외교였는지 그대로 드러났다”며 “일본은 사죄하지 않고 뒷짐 지고 있는데 피해국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국내 기업의 팔을 비트는 게 제정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안은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고도 했다. 2018년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등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정부안대로라면 배상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해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 된다”며 “적반하장으로 경제보복 조치를 했던 일본의 완벽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 반발에도 강행한다면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가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됐던 것처럼 이 사태 역시 윤석열 정권의 수명을 단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인권상 수상 취소를 둘러싼 진통도 지속되고 있다. 양 할머니는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돼 지난해 12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외교부가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란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서훈이 이뤄지지 못했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년 전 단체가 받았던 인권상을 정부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양 할머니의 인권상에 관한 안건을 국무회의에 제출하지 않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할 방침이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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