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달러 유치’ 경제 외교 성과…난데없는 “이란 적” 발언에 퇴색[윤 대통령 순방]

UAE 3박4일 결산

정부 ‘원전 세일즈’ 탄력
MOU 48건 현실화 과제
“역대 UAE 순방 최대 성과”
김성한 안보실장 자화자찬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3박4일간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빈 방문을 마쳤다. 300억달러(약 40조원) 투자 유치, 원전 추가 협력 추진 등이 핵심 성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경제 외교’ ‘원전 세일즈 외교’ 기조가 가시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UAE의 300억달러 투자 약속을 현실화하는 것 등이 남은 과제다.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은 경제 최우선 정상외교, ‘전 부처 산업부화’의 구체적 방향을 볼 수 있는 가늠자였다. 일정 전체의 초점을 경제에 뒀고, 대통령 메시지도 이에 맞춰졌다. 윤 대통령이 전날 동행한 국내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저는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고 한 것도 연장선이다. 8개 부처 장관을 비롯한 유관 기관들과 100여개 기업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규모 면에서도 민관 세일즈 외교를 부각했다.

대통령실은 핵심 성과로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300억달러 투자 유치 약속을 들었다. 양국 정상 공동성명에 투자 금액까지 명기된 점은 양해각서(MOU)보다 높은 차원의 확약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UAE의 확고한 신뢰가 명시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민간 기업 등이 각 분야에서 MOU 48건을 체결한 점 등을 들어 “규모와 성과 면에서 역대 UAE 순방에서 최대의 성과”(이관섭 국정기획수석)라고 자평했다.

원전과 에너지, 방산 등 300억달러 투자의 분야는 윤곽이 나왔다. 구체적 투자처와 투자 시기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향후 정부가 공동성명과 관련 MOU 등에 담긴 UAE의 투자 약속을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지가 과제다.

전임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에 이은 원전 세일즈 외교는 가속 페달을 밟게 됐다. 양국은 UAE 내 추가 원전이나 제3국 원전사업 공동 진출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고, 전날 두 정상이 한국 수출 원전 1호인 바라카 원전을 함께 방문하면서 원전 협력 외교 효과를 극대화했다. 대통령실은 원전 세일즈 외교를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며 정권교체 체감도를 높이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원전 추가 협력 역시 실질적 성과로 잇는 게 과제다. 대통령실은 바라카 원전에 이은 UAE 추가 원전 수주, 제3국 원전 공동 진출 등의 전망이 밝다고 보고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추가 협력과 영국을 염두에 둔 제3국 공동 진출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져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아크부대를 찾은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해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에 입장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윤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차총회 등에 참석한 뒤 오는 21일 귀국한다.

아부다비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