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성수품 풀어도…“할인 안 하면 장 볼 엄두 안 나”

이호준 기자 2023. 1. 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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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물어보기 겁나네 설 연휴를 앞두고 17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시민이 명절을 쇠기 위해 굴비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
명절 수요 더해져 오름세
생필품 밀가루 38% 뛰었지만
설 성수품으로 분류 안 돼
정부·소비자 간 체감 ‘괴리’

“할인을 안 하면 도저히 장을 볼 엄두가 안 나요. 할인한다고 찾아와도 금세 매진돼서 헛걸음하는 일도 많고요.”

직장인 이용희씨(39)는 지난 주말 오전 한 대형마트 축산물 코너에서 상품이 매진된 매대 앞에 서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씨는 “거의 온라인 최저가로 장을 보는데 구이, 국거리 50% 할인행사라길래 쫓아왔더니 벌써 다 팔리고 없다”면서 “떡국 떡이나 과일 같은 건 온라인이 더 싸니 별로 살 게 안 보인다”고 말했다.

설이 가까워지면서 성수품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정부의 공급 확대에도 대부분의 성수품 가격이 여전히 지난해보다 높게 형성된 데다,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던 상품들도 명절 수요가 더해지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16일 기준 소고기 양지(1+ 등급) 100g은 6570원으로 한 달 전(6090원)보다 7.8% 올랐다. 등심(1+ 등급)의 경우 100g에 1만2480원으로 같은 기간 9.6% 상승했다. 사육 마릿수 확대로 한우를 비롯한 소고기 가격은 한동안 내림세였는데, 설이 다가오면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표적 성수품인 사과나 배 가격도 오름세다. 제수용 사과(10개)는 2만2066원에서 2만5644원으로 한 달 새 10% 넘게 가격이 뛰었다. 시금치는 한 달 새 19%나 올랐다.

한국물가협회 자료를 보면 이달 초 기준 설 차례상 준비 비용(4인 가족 기준)은 25만4300원으로 1년 전보다 5.8%(1만4010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일부 성수품은 집계 이후에도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번 설 가격 상승 체감폭이 정부나 물가전문 조사기관의 수치보다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성수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생필품 가격이 애초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물가협회는 축산물과 과일, 견과류 등 22개 품목의 가격을 지난해와 비교해 분석했는데, 이들 품목에는 식용유나 참기름, 고추장과 된장 같은 조리 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생필품들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최근 내놓은 ‘2022년 4분기 생활필수품 가격조사’ 결과를 보면 생필품 39개 품목 모두가 1년 전보다 올랐는데 오름폭은 12.1%에 달했다. 밀가루(38.5%), 식용유(31.5%), 마요네즈(19.5%), 참치(16.4%), 참기름(16.1%) 등이 많이 올랐다.

주거비와 교통비 등이 포함된 5%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염두에 두고 장을 보러 나갔다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해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1.9% 하락하며 9개월 연속 떨어졌고, 실제 밀과 식물성 유지류 등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한 해 시작에 맞춰 많은 기업이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 원재료가의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인상한 가격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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