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우리집 좀 지어주세요”…공사비 인플레 날벼락 맞은 재건축 [부동산360]
청량리6구역·청량리 8구역·신당 8구역도 시공사 선정에 애 먹어
“1년 사이 공사비 25% 올라”
적정 공사비 액수 놓고 시공사와 조합간 온도차 커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 서울시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시공사를 찾는데 1년째 애를 먹고 있다.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해 지난 13일을 마감으로 입찰공고를 냈지만 롯데건설 단 한 곳만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공고만 작년 초부터 시작해 이번이 4번째다. 앞서 두번은 무응찰, 이 후 두번은 롯데건설만 단독 입찰했다. 경쟁입찰 방식 속 4번의 유찰이 이어지며 1년간 총 공사비는 1050억에서 1440억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조합은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방안을 포함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한 때 수주를 위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펼쳐지던 재개발·재건축의 시공사 선정 현장이 돌변했다. 천정부지로 치솟한 원자재 가격 탓에 시공비는 상승했지만, 주택 시장의 침체로 분양가는 역으로 떨어진 탓이다. 시공사들은 현 상황에서는 공사를 할수록 손해가 확실한 상황이어서 수주전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입지를 불문하고 재개발, 재건축의 시공사 선정에서 무응찰, 또는 단독입찰을 하는 사업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효과를 톡톡히 누리던 청량리 제6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에서 GS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앞선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8개사가 참여했지만 응찰에 나선 곳은 단 한 곳 뿐이었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4869억2000만원(3.3㎡당 655만)이었다. 이는 1~2년 전만 해도 강남 주요사업지에서 제안하는 가격 수준이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가격으로 전락했다.
청량리 제8구역도 시공사 선정을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됐지만 롯데건설의 단독 입찰로 결국 유찰됐다. 8구역 역시 공사예정가격은 1728억8400만원으로, 3.3㎡당 640만원에 달하는 수준이었지만 건설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은 잇따른 유찰 끝에 결국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공고를 냈다. 두 차례 진행된 입찰에 모두 포스코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하며 유찰됐다. 조합은 수의계약 전환을 결정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총회 개최로 최종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조합은 3752억6700만원(3.3㎡당 650만원)을 공사예정가격으로 제시했다.
심지어 강남에서도 경쟁입찰이 없는 사업지가 등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7일 서초구 방배신동아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경쟁자 없이 무난히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초 현대건설과 경쟁 구도가 펼쳐지는 듯 했으나 현대건설이 일찌감치 사업에서 손을 떼며 신규 브랜드 ‘오티에르’를 앞세운 포스코건설이 무혈입성했다.
이처럼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있는 것은 최근 급격히 오른 원자재 가격에 따라 공사비를 크게 올려야 한다는 시공사와 과거 공사비 액수를 고집하는 조합 간 온도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재건축 조합들은 최근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등의 여파로 분양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마냥 공사비를 올려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개한 작년 12월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902만4000원으로 3.3㎡당 2977만9200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당 998만3000원을 기록한 지난 2021년 12월보다 9.60%(95만8000원)나 하락한 수치다. 3.3㎡당으로 하면 1년 사이 316만4700원이나 떨어졌다.
최근 시공사 선정을 마친 한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사업성을 따지는 조합원들과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시공사간에 합의점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며 “공사비를 올리면 곧바로 일반 분양가격을 올릴수 밖에 없는 만큼 최근 같은 분양 시장 분위기 속에 미분양 리스크까지 떠안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 대형건설사 도시정비사업 부문 임원은 “최근 1년 사이 공사비가 25% 수준으로 올라버리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공사비로는 공사 진행 자체가 될 수 없다”며 “최근 노조 문제까지 겹치며 건설사들로서는 악재가 커진 대비 사업 수익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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