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국정조사 55일, 이태원 보고서 채택 진통… 與 “이상민 빼고” vs. 野 “이상민 파면 넣어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7일 55일간의 활동을 마쳤다. 올해 예산안 처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느라 특위를 약 한 달간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했던 여야는 청문회와 공청회 과정에서도 정쟁으로 일관하며 유가족과 희생자, 지켜보는 국민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겼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에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 여부 등을 담을지를 두고 여야는 막판까지 다투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보고서는 야당 의원들만의 표결로 채택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날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결과 보고서 채택을 연기해달라고 우상호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이 장관과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등에 대한 야권의 위증 고발 추진을 언론 보도로 접했다고 주장하며 “야당이 여당과 함께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정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오늘 안건 상정은 이만희 간사와 수없이 만나고 논의해왔던 것”이라고 맞받았다. 여야 입장을 보고서에 나란히 기재하자는 타협안을 여당이 거부해 협상이 어그러졌단 취지 주장도 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이 장관과 사법시험 동기이자 35년 지기라는 사적 인연을 강조하면서도 이 장관의 위증 의혹에 대해선 “적어도 법이 제대로 적용돼야 한단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보고서 채택 건과 위증 고발 건을 연계해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은 “별개의 건을 엮어 보고서 채택을 지연시키려 한다”고 반발했다. 결국 국민의힘이 집단 퇴장함에 따라 보고서 채택 및 증인 고발 건은 야 3당만의 표결로 이날 회의를 통과했다.
보고서에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책임이 명시됐다. 구체적으로 “이 장관은 행안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이라고 인정했으나 법령에 따른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신속하게 설치하지 않았으며, 상황판단회의를 통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를 요청 및 건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경찰청장이나 행안부 장관의 참사 책임은 인과관계가 없는 게 아니라 수사기관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도 지적했다. 유가족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이 장관 파면 촉구,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 국회 차원 추모제 진행 필요성 등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 장관과 한 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8명을 위증과 불출석 및 동행명령 거부 등의 사유로 고발하는 내용의 안건도 여당 부재 속에 처리됐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이후에도 ‘진상 규명’을 위한 대여 투쟁을 장기화할 태세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 특위의 활동이 끝났지만, 진실을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윗선 누구도 책임이 없다는 면죄부 수사, 셀프 수사에 대한 국민과 유족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야당 탄압에는 일사불란한 정권과 여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는 끝까지 몽니를 부린다”면서 “이미 밝혀진 위법사유가 차고 넘치는 이 장관 파면을 대체 무슨 연유로 거부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애초 국민의힘은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를 ‘정치 공세’로 규정,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다수 국민이 희생된 사건의 진상 규명에 집권 여당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해 지난해 11월 수용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장관 파면 요구를 전면에 내걸자 국민의힘은 한때 ‘국정조사 참여 거부’로 맞섰다. 참사 발생 이후 불거진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닥터카 탑승’ 논란으로 정쟁이 격화하자 유족들은 정치권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야 3당은 18일 국정조사 결과 보고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배민영·김승환·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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