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성태 압송, 검찰은 예단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
해외 도피 8개월 만에 태국 현지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국내로 압송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은 2018~2019년 쌍방울이 발행한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허위 공시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횡령·배임) 등을 받고 있다.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쌍방울 전환사채와 연결돼 있다. 검찰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 중이던 2018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의 수임료를 쌍방울 측에서 전환사채 등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비로 3억원을 지출했다고 밝혔으나 2021년 한 시민단체는 이 대표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해 이 대표를 무혐의 처분하면서도 불기소 결정문에서 “(수임료가) 통상 보수와 비교해 이례적 소액”이라며 대납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전 회장은 입국 직후 취재진에 “(이 대표를) 모른다. 변호사비가 이 대표에게 흘러간 게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을 둘러싼 모든 비리 의혹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다만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유감스럽다. 이날 김 전 회장이 입국하는 장면은 항공기 출구에서부터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과 무관한 일반 탑승객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언행은 더욱 심각하다. 한 장관은 수사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사실상 정치적 공방에 뛰어들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16일 김 전 회장이 국내 송환 전 ‘이 대표를 만난 적 없다’고 말한 데 대해 “해외 도피한 중범죄자들이 못 견디고 귀국하기 직전에 일방적 인터뷰를 하고 관련자들에게 일종의 말 맞추기 신호를 보내는 것은 과거에 자주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을 조사하기도 전에 그의 발언을 이 대표 등과의 ‘말 맞추기 시도’로 규정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사팀은 특정한 예단을 갖지 말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한 장관은 수사 관련 발언을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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