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UAE 적은 이란”, 외교참사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한 발언이 외교 문제가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현지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에게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이란이 UAE를 포함한 걸프국가들과의 역사적·우호적 관계, 긍정적인 개선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며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최근 들어 한국 대통령의 발언에 외국이 이런 강도로 비판한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의 외교 언동에 유감을 표하며,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촉구한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적’은 전쟁 중이거나 그에 준하는 안보적 갈등 상황에서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인접국인 이란과 UAE는 관계가 삐걱거리기는 했지만 전쟁을 한 적은 없다. 2021년 고위급 인사 왕래가 이뤄지고 지난해 8월 UAE 대사가 이란에 다시 파견되는 등 양국은 관계를 회복 중이다. 이런 두 나라를 놓고 서로 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UAE와 한국의 안보 상황을 언급하면서 부대원들에게 최선을 다해 달라는 취지인 것은 이해하지만, 두 국가의 관계를 단순화했다. 이란이 UAE와의 관계를 이간질시키려는 것이냐고 따져도 할 말이 없다. UAE 주둔 한국군 장병들이 ‘UAE의 적인 이란’을 겨냥하고 있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다.
한·이란 관계는 미묘하다. 이란은 북한과 가까이 지내면서도 한국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다. 중동 내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지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동결시킨 석유 수입대금 70억달러 미지급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순탄한 상황은 아니다. 실제 이 문제로 2021년 1월 한국 국적 유조선 MT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가 석 달여 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으로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이란과의 지속적 관계발전에 대한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말이 이란에 얼마나 먹힐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이란 측에 발언의 배경과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전달해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윤 대통령의 말실수가 잦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중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속어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이나 외교관의 발언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비외교적인 언사와 행동이 반복되는데 참모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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