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폰지사기 이어 FTX서도 당해… ‘호구’ 된 뉴욕 억만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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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론 회계부정땐 2조원 넘게 날려
세계 3위 가상 화폐 거래소 FTX 파산 사태가 미국을 강타한 가운데 FTX를 비롯한 21세기 최악의 금융 사기 범죄에 매번 연루돼 큰 손실을 본 뉴욕 한 석유 재벌의 ‘기구한 운명’이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 등 동부 재계·학계·문화계의 거물인 벨퍼(Belfer) 가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 시각) FTX 사건을 수사 중인 뉴욕남부지검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 로버트 벨퍼(87) 회장이 이끄는 가족 기업 벨퍼 가문이 FTX 의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 가치가 320억달러(40조원)에 달해 세계 3대 가상 화폐 거래소로 꼽혔던 FTX는 지난해 11월 자산 가치를 부풀리고 고객 자산을 유용한 행각이 드러나 파산했고,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0)는 가택 연금 상태에서 사기·돈세탁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벨퍼는 산하 투자회사 두 곳을 통해 FTX에 최소 3450만달러(427억원)를 투자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벨퍼는 지난 2001년 대형 에너지기업 엔론이 회계 부정으로 파산했을 때 최대 피해를 입었던 인물이다. 선친이 세운 벨코 석유를 엔론에 넘기고 엔론 최대주주이자 이사가 된 벨퍼는 회사 수뇌부의 회계 부정을 모르고 있다가 20억달러(2조4760억원) 손실을 입었다. 이후 벨퍼 회장은 “엔론 사태는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가문 전통인 기부 규모를 상당 부분 줄여야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2008년 ‘인류 역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주는 다단계 사기)’라는 버니 메이도프의 650억달러(80조5000억원) 사기 행각이 발각됐을 때도 벨퍼의 이름이 나왔다. 다만 벨퍼는 당시 엔론 사태 여파로 인해 메이도프에게 맡긴 자금 중 2800만달러(346억원)를 미리 빼내 피해를 줄였다.
현재 FTX 사태는 ‘코인판 엔론 사태,’ 뱅크먼-프리드는 ‘가상 화폐계의 메이도프’로 불리는데, 추악한 자본주의의 정점으로 일컬어지는 이 세 사건에 모두 연루된 부호는 벨퍼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퍼는 세계 2차 대전 때 나치를 피해 도미한 폴란드계 2세로, 오리털 충전재 사업을 하다 석유 재벌이 됐으며 막대한 기부로 유명하다. 로버트와 르네 벨퍼 부부의 이름을 따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그리스-로마 전시관 이름을 지었으며,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케네디스쿨엔 ‘벨퍼 기술안보 연구소’가 있다.
한편 FTX 주요 지분 투자자로 벨퍼 외에 억만장자 피터 틸, 알리바바 공동 설립자 차이충신, 스포츠 재벌 로버트 크래프트, 미식축구 스타 톰 브레이디와 전처 지젤 번천 등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소액 투자자들의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전했다. 이들 유명 인사가 FTX 사기극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브레이디와 번천의 이혼에 FTX 투자 문제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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